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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초기름 후기입니다.
작성자: 초보농사꾼   등록일: 2011-03-10 14:33:18   조회: 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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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겨울에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야콘즙을 짜는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되지만 그 일이 얼마나 내게 소중하고 좋은지 모른다.
농부는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에 달려있다.

수입도 수입이지만 사람꼴이 안된다. 겨울에 일이 없으면 난 안절부절 못하는 성격이라 귀농 초에는 산을 넘어 저 마을로도 다녀오고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야콘즙 작업을 1차 마치고 나면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다.
여름에 찾는 막걸리는 시원함이 우선일 때가 많지만 겨울에 찾는 막걸리는 한번 일을 끝낸 다음에 마시는 뿌듯함이랄까 그런 것이다.

산골아낙이 들으면 마시는 이유도 다양하다고 놀릴 것이나 그렇다고 내가 아무 생각없이 막걸리는 마시는 것이 아님을 말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내가 찾는 일명 ‘방앗간’(마을 입구의 유이장님 가게)로 내려가면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목적도 있음을 과연 산골아낙이 알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야콘즙 작업을 끝내고 ‘방앗간’에서 막거리를 마시다 얻는 정보는 산초기름이 몸에 아주 좋다는 거였다.
몸에 좋은 것이 지천인 산골에서 그 정도로는 이 초보농사꾼은 귀는 반응이 신통치 않다.

그런데 그 후에 줄줄이 귀에 들어오는 정보는 귀가 번쩍했다.
우선 그 산초기름으로 두부를 부쳐먹으면 기가막힌다는 거였다.

순간, 지금은 온양의 용화동 성당으로 가신 이원무 신부님이 생각났다.
이원무 신부님은 두부를 기름에 붙여 드시는 것을 아주 좋아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냥 기름이 아닌 산초기름에 부쳐 드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귀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 반, 즉 새밭 반장으로 반원댁에 초대받아 갔더니 산초기름 이야기를 하신다.
그러기에 그러면 내가 맛을 전혀 못봐서 그러니 그 기름으로 두부를 부쳐달라고 했다.

처음 맡는 그런 향기인데다 아주 독특한 향이라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나는 이원무 신부님의 맛감각보다는 많이 떨어지고, 요리능력은 더 떨어진다.

일단 산초기름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시식을 하고 나서 다음에 또 마을 어른들께 들은 이야기는 그 산초기름이 기관지, 천식, 잔기침에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딸 주현이가 끙끙 하는 정도의 잔기침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 하나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끙끙 하는 소리를 자주 내기에 안그래도 아내더러 주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지만 어떤 때는 괜찮고 어쩌다 기숙사에서 나와서 보면 하고 그래서 아내도 어쩌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또 사실 그런 정도가 병원의 그런 약으로 치료가 될는지, 당장은 그럴지 몰라도 완치에 이르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 와중에 할머님들이 아주 그게 신통하게 효능이 있다며 당신 아들에게 사먹였더니 효과가 좋았다고 강추해 주셨다.



그렇다면 이원무 신부님 거랑 딸 주현이거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기회만 보고 있었다.
우리 마을에는 산초기름을 직접 짜는 집이 없었기에 봉화에 가면 살 수 있을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드디어 1월 어느 날, 영주에 지인을 만나기 위해 다녀오는 길에 바로 봉화에 들렸다.
물어 물어 간 집은 직접 산초기름을 짜서 판매하는 농가였다.

혹여 몰라서 한번 맛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맛을 보여주는데 이건 우리 마을에서 본 맛이랑은 천지차이로 향이 아주 많이 강했다.
순간 잘은 몰라도 이거만 먹으면 기관지, 천식 등이 다 나을 거라는 그런 확신같은 것이 들었다.

그 집에 있는 것 다 사고 이웃집을 추천 받아서 총 5병을 샀다.
한 병에 7만원이라고 했다.
여기서 한 병은 빈 소주병에 담아주는 한 병을 말한다.



나중에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12만원, 싸야 10만원 정도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나야 현지에서 직접 산 것이라 중국산 의심할 필요도 없고 싸게 산 것이다.
집집마다 거의 다 팔고 많이 남지 않았다.
나중에 산 집에도 한 병 남기고 내가 다 가져왔으니까.

작은 산초열매를 말려서 기름으로 짠 것이니 가격이 당연히 그렇게 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곳의 할머님들이 드시고 추천해 주신 것이라서 사가지고 돌아왔다.

아내도 잘 사왔다고 한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날 바로 두부를 부쳐야 한다.
물론 돌아오면서 마트에서 두부도 잔뜩 사왔다.

일단 내가 시식을 해보고 전화로 이원무 신부님께 알려드리려고 주방으로 갔다.
두부를 써는 나를 보더니 아내가 웃겨죽는다.
무슨 두부를 써는데 그런 칼을 사용하냐고.



“남자가 칼을 뽑으려면 이 정도는 폼나는 것을 사용해야지. 이 사람이, 내 좌우명이 “폼생폼사”인 거 모르는가 보네 “했더니 그 놈의 폼생폼사 때문에 귀농했냐며 놀려댄다.

아내의 웃음을 뒤로 하고 후라이팬에 산초기름을 많이 부었다.
기름이 거의 초록색에 가깝다.

기름을 후라이팬에 붓는 순간, 그 향이 얼마나 진동을 하는지 천장이 높은 우리집이 온통 그 냄새로 난리가 났다.

그 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난 외국음식을 많이 모르지만 아주 독특하고 강한 소스냄새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엄청 강한 냄새가 나서 맛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불 조절도 아주 신경을 써서했다.
내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초긴장의 자세로...



산초기름의 성분상 그런지, 내가 기름을 너무 많이 부어서 그런지 몰라도 강한 불에도 두부가 금방 익지 않았다.
일반 기름에 부친 두부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들었다.

산초향을 맛보기 위해 두부를 간장에 찍지 않고 약간의 소금간만 했다.
아내와 맛을 보는 순간이다.
아주 독특한 향에, 두부라....

잘 어울리는 듯, 안어울리는듯한 맛이란다. 아내가.
그렇게 시식을 하고 바로 이원무 신부님께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려드렸다.^^

신부님도 아직 못드셔보셨다며 궁금해 하신다.
신부님께 바로 택배로 보내드리고 그리고 주현이 기숙사에 한 병 보내고 어머님이 산골에 오셨을 때 한 병 드렸다.
그리고 나도 한 병 먹기로 했다. 담배를 즐기는 관계로...

자연에서 나는 것 중에 약성이 좋고 몸에 좋지 않은 것이 있을까마는 이런 것을 접할 때마다 감동하게 된다.
우리네 사람들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우리는 자연에 의지해서 살아야만 한다.

먹거리도, 공기로, 물도, 해맑은 햇살도, 소나무의 피톤치드도...
아내가 늘 강조하는 것들인데 이럴 때 나도 아내처럼 그렇게 강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복용한 방법은 숟가락으로 하나씩 떠먹는 거였다.
강한 향 때문에 주현이가 걱정이었는데 나름대로 이유를 설명해 주니 잘 먹는다.

한번 두부를 부쳐먹었는데 거실, 주방은 물론 방문을 열어놓은 방마다 그리고 베란다 그리고 그 옆의 창고까지 그 강한 향이 진동을 한다.
여하튼 먹을 사람을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훨훨 날고 있다.
(늦은 후기입니다.)

귀농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백산 (2011-03-10 15:43:45)
역시 대부님이십니다....
남자들이 술을 마실때는 그 술잔에 술만 들어있는게 아니라
세상돌아가는 모든게 그 안에 담겨 있어서 자꾸 마시는건데
속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술이 좋아서 마시는줄로만 알고있으니......ㅎ
보헤미안 (2011-03-10 15:49:45)
맞심다.
하여간에 여자들은(우리집 아낙도 포함) 남자들이 술집 드나드는 것을 꼭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다분히 있습니다. 술생각 보다는 거 뭡니까 그래 그래 꼭 필요한 정보 (이거 아님 큰 일 날뻔)
얻고 그다음에 맨입으로다가 정보 얻기가 뭣해서 마지못해 술 한잔 입에 대는 것을 꼭 잔소리 한다니깐요 그래. 나 역시 초보 농사꾼의 견해에 100% 아니 120% 동감입니당.
치자꽃 (2011-03-10 18:45:45)  
아니 남자분들 아니랄까봐
산초기름이야기에 술먹는 이유만 가지고서는 ㅎㅎㅎ
백산님 보헤미안님
주제에 어긋납니다요 ㅋㅋㅋ
하늘마음 (2011-03-11 00:07:49)
백산님,

허구많은 내용중에 술이야기??? 떽~~!!#%##%%^&%
그럼 술 안마시는 여자들은 정보에 까막눈이것소...으이그...

배 소피아
하늘마음 (2011-03-11 00:09:37)
보헤미안님,

마찬가지이옵니다.
무슨 설명이 그렇게 기신지요?

술생각보다는 뭐 정보 뭐 이런 거 이야기하시나 본데 우리 여자들은 그럼...
입시 정보에 빠삭한 저 강남 아줌마들은 그럼 다들 술 잔 들고 정보를 교류하는가 보러가야겠습니다.

하여간 산초기름이라든지 뭐 다른 이야기에 감흥하셔야지 술에 찌리리 하시다니...

배 소피아
하늘마음 (2011-03-11 00:10:54)
치자꽃님,

거봐, 치자꽃님이 한 방에 교통정리하실줄 알았다니깐....
근데요. 저 산초기름 향이 정말 끝내줘요.
무지무지 진해요. 아시겠지만...

배 소피아
김선양 (2011-03-11 07:21:35)  
아....산초기름이 목에 좋으가보네요.
남편과 저도 본의 아니게 말을 많이 하게되면, 가래낀 듯이 목에 뭐가 낀것처럼 그래서
많이 불편하거든요..
그러면, 서로 이젠 담배를 끊어야 될땐가 봐.. 하고 웃어요.
산초기름을 한번 맛봐야 되겠네요~~
두부지져서...ㅋㅋ
하늘마음 (2011-03-11 13:17:47)  
김선양님,

그렇다고 하네요.
기회가 되면 한번 생각해보세요.

주현 낭자가 기숙사에서 잘 먹고 있는지 오늘 오면 체크를 해야겠어요.
이거 문자도 잘 안되고 자식이랑 너무 소통이 안되는 기숙사라 아쉽네요.

산초기름으로 두부...맛은 크게 모르겠지만 향은.... 아이고...

배 소피아
친구 (2011-03-12 14:54:32)
신문지로 돌돌 말은 폼이 정겹습니다..
볼품 없지만 그래서 진짜 같은..
초보농사꾼 (2011-03-12 18:46:51)
저는 솔직히 산초기름먹는다는 핑계로,그리고 산초기름 향에 취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아직 이렇다 할 효과(별로 기침을 않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을 할머니,할아버지중에는 연례행사로
가을걷이 끝내고 산초기름을 먹고 계셨답니다.
물론 잔기침에는 효과만점이라고 하시면서...
최태동 (2011-03-16 16:07:09)  
산초기름이 그렇게 좋은 줄 나도 미쳐 몰랐어요 아까운데 식용유로 쓰지 마시고 또 열을 가해 드시지 말고 역겹지 않다면 그냥 조금씩 마시면 더 좋겠네요 간혹 고향에 산소 갔다 내려오는 길에 산초 열매가 많이 있던데 그걸 기름으로 짠단 말인가요 놀랍네요 내 주위에도 기관지가 나쁜 사람이 숱한데....
하늘마음 (2011-03-17 00:22:33)  
최박사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산초기름이 기관지에 참 좋다네요.
두부를 부쳐 먹으면 맛있다고 하여 한 번 해보았어요.

나머지는 그냥 숟가락으로 떠서 먹었어요.
지금 주현이 기숙사에 보낸 것은 남았다고 하여 잔소리를 했습니다.
열심히 먹으라고
아마 잘 먹고 있을 거에요.

산초기름을 기관지에 좋은 것을 그래도 많이 아시는듯 합니다.

배 소피아
드디어 완장을 벗다. [4]
진종일 치워도 티도 안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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