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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 물통 속 부자
작성자: 초보농사꾼   등록일: 2008-12-06 14:58:10   조회: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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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2일

산골에서 먹는 물은 저 위 호수밭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는다.
이전에 사시던 할아버지도 그렇게 하셨다.
호수밭 위로는 아니, 우리 집 위로는 집이 없다.
우리집이 독가촌이라서 그게 좋아 이 터전에 둥지를 틀게된 이유도 있다.

그러니 그곳에서 내려오는 물은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우리는 효소를 가공하기 때문에 가공업에 있어서 수질검사는 필수다.
수질검사 항목도 많아서 그 모든 항목이 적합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많은 돈을 들여 수질검사를 해보면 합격판정을 받곤했을 정도로 이 물은 좋았다.
물론 가재도 심심잖게 놀러오고...

문제는 이전 주인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이 없으셔서 그 물로도 충분히 감당이 되었지만 우리가 귀농하고는 애들 둘에다 우리 부부 작업복에다 빨래만 해도 자주 세탁기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물이 부족했다.

그래서 여러번에 걸쳐 포크레인을 부르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고, 자주 모터에 물도 차고 모터가 얼고 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또 수해가 일어나면 저 위에서 물을 끌어내리는 땅에 묻은 호스가 다 노출되곤 했다.
시행착오로 돈만 많이 버리고 그렇게 물공사는 내 머리 속에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중 오두막을 헐고 새집을 짓게 되면서 물공사를 먼저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승하(달길)님이 자원봉사로 물공사를 완벽하게 해주셨다.
달길님 성격에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가며 포크레인 공사를 하면서 물공사를 마쳤다.

그렇게 오랜 숙원사업이던 물공사는 좋은 분의 도움으로 내 머리를 한가하게 해주었다.
새 집을 짓고 입주를 했고, 물은 잘 나오고 물이 그렇게 나올 때마다 아내는 달길님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주부들이야 물과 밀첩한 관계에 있지만 나도 머리에 늘 물공사가 숙제여서 여간 등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물이 나왔다 안나왔다를 반복했다.
멀쩡히 나오다가 끊어지고 그러다 효소실 옆 세척실의 수도를 틀고 올라오면 다시 나왔다.
물이 안나올 때마다 뛰어 내려가 그곳의 수도를 누군가 틀어주고 오곤 했다.
그래도 아내는 이정도 불편은 일도 아니라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빈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조금만 써도 금방 안나오곤했다.
왤까...
달길님도 고민에 빠졌다.
둘이서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해도 이유를 몰랐다.
혹시 모터의 용량이 작아서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알아보니 그것도 아니란다.
그럼???
달길님이 고민을 하며 자주 전화를 하니 그것도 미안했다.

내 일처럼 쓰는 사람 불편함이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완벽하게 공사를 해준 사람으로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건축자재를 종합적으로 파는 곳에 가서 상의를 했다.
마침 그곳에 모터의 달인이라는 사람이 와 있었다.
나는 잘 몰랐는데...

그 사람 말로 세곳에 부속을 달아보라는 거였다.
몇만원드는 부속값을 들여 해보느냐, 아니면 그돈 버리느냐 하는 거였지만 일단은 해보기로 하고 부속을 사왔다.
그리고 세척실에 하나를 달았다.
그것을 달고 아내더러 물을 켜라, 꺼라, 다시 켜놓아라 진종일 오르락 내리락하며 해보았지만 결론은 꽝이었다.

돈만 버렸다는 생각에 기대했던 마음이 우르르 무너지고 상심이 컸다.
자, 나머지 부속을 다는 일에 기운이 빠져 그날은 그렇게 관뒀다.

그리고 가을걷이는 어느 정도 해 갈무렵 저녁에 두 부속을 마저 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성격으로는 다음 날 바로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맨이지만 오늘에서야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혼자 물통의 뚜껑을 열고 모터 위에 앉아 부속을 달려는 순간 부속하나가 그만 물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작대기를 가져다 해도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날이 어둡고 도저히 혼자는 할 수가 없어 아들 선우를 불렀다.

날이 추우니 잘 껴입고 손전등 들고 나오라고 주문을 했더니 이놈이 털모자에 지엄마 스웨터까지 입고 출전기념으로 사진을 박아야 한다며 포즈를 취한다.
산골아이들의 경우 아빠가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면 입이 나오질 않는다.
어떤 귀찮은 경우에도...

물론 내 카리스마가 만만치 않다고 선우가 장난삼아 말하지만 귀농하고 달라진 것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시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올까...이 추운 밤에...
그게 갑자기 고마워졌다.

뒤에서 장난을 치며 나를 따라오는 선우



아까보다 긴 작대기를 가지고 가서 선우를 이번에는 통에 넣어 물 아래를 보라고 하니 깊이가 장난이 아니라며 어림도 없단다.
그러면서 또 아빠는 어림도 그렇게 못잡냐고 또 나를 곯린다.



다시 작대기를 고르러 집으로 올라갔다.
더 긴 작대기로...
그러나 그것도 안되고 다시 긴 것으로...



아무리 해보아도 물이 깊어 작대기가 물 밑바닥에 있는 부속에는 미치지못했다.
다시 올라가서 제일 긴 작대기에 못을 박아 왔다.
그 못에 부속을 걸던지 아니면 통 벽을 타고 끌어 올리던지 해보라고 선우에게 주문을 했다.



이 놈이 아주 진지하다.
해더보니 이제야 손전등 안에 부속이 보인단다.
밖은 밤 10시가 넘었으니 칠흑이고 검은 통 안은 더 어두웠다.
이제 보인다는 부속...

벽을 타고 선우가 부속을 끌어올린다.
“선우야, 심호흡도 하면 안돼.”

“아빠, 저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하며 끌어올리던 일을 멈추고 장난을 한다.”

“너 이거 떨어뜨리면 너 밤새 혼자 꺼내. ㅎㅎ"

“그럼 아빠가 해보시던지, 저에게 하청을 주었으면 그냥 맡기셔야지.... ㅎㅎ”



이 놈이 이렇게 나오는데 잠자코 있었다.
결국 선우가 꺼냈다.
얼마만의 원점인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부속을 달아보지도 못하고 빠뜨린 부속 꺼내는데 온 열과 성과 에너지를 다 소비했다.
이제 내가 통으로 들어가 부속작업을 해야 한다.
벌써 시작은 많이 지났다.



추운데 선우는 들어가지도 않고 옆에서 나를 웃긴다.
아내가 나와보고 둘이 웃고 떠들고 하기에 포기한줄 알았단다.

일단 부속을 다 달고 물통 문을 닫은 후 물에 팔을 넣어 팔이 다 젖은 선우와 손바닥을 서로 마주쳤다.
선우가 씩 웃는다.

그렇게 들어오니 긴장이 더 된다.
물에 빠진 부속 건질 때보다 더 긴장된다.
과연 물이 나올까.
이렇게 부자가 고생했는데 물이 또 안나오면 어쩌지...

아내더러 빨래도 돌리고 물을 끄지말고 계속 틀어두라고 했다.
밤12시가 지나고 새벽 1시가 지나도록 물은 끊어지지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문제는 내일도 잘 나올까이다.

처음 한곳의 부속을 달고 불발이었을 때 무지 실망했다.
그런데 오늘밤 부속을 다 달고 나서는 혹여 물이 안나와도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선우랑 둘이 그 야밤에 개울가에서 통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서로 놀리며 웃고 떠든 것으로 치자면 부속값이 안아깝다.
그건 추억값이니까.

선우가 집에 와서 아내와 지동생 주현이에게 그동안의 일(주로 나를 곯리는 일)을 전부 쏟아내고 있고 아내와 딸은 웃겨 죽는다고 넘어간다.

“선우야, 수고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




황루시아 (2008-12-06 16:14:38)
선우가 하면 안정감도 있고 쉬워보이는데...
프랑코 아저씨가 하는건 우찌 쪼끔 불안해보이는것이...ㅎㅎㅎ
든든한 선우...

옆에서 채영이왈,
선우오빠... 멋있어!
그런데 아저씨가 뭘 빠뜨렸어?
우와~~
아저씨 머리 이제 빡빡이 아니다....
(채영이가 적어달래서 옮겨줍니다... 안그러면 삐지걸랑요...)

사진을보고 아저씨랑 오빠랑 뭐 하냐고 묻길래,
아저씨가 뭘 빠뜨려서 오빠가 건져주는거야...했더니
부르는거 적으라며 지렁이 표시(~~)도 하라고 하고(본건있어가지고),
휴~~
이제 홈에서 조용히 놀지도 못해요.
옆에서 같이 들여다 보고 자꾸 물어봐서리...
하늘마음 (2008-12-06 16:30:01)
채영아,

아줌마가 지난주에 채영이를 못봐서 참 서운했어.
아줌마도 못갔어.
바빠서...

채영이 야콘 먹어봤어.
많이 먹어야 정말 이쁜 공주된단다.
그러니 많이 먹어.

내일 아줌마가 채영이 본다는 생각에 무지 기뻐.
빨리 야콘씻어 또 즙 내고 올께...
아줌마도 열심히 일하고 생각하고 기도할테니 채영이도 잘 먹고, 잘 놀고, 엄마랑 책 많이 봐야해.

용선이 오빠 오면 아줌마가 보고싶다고 전해주고...
오빠 오면 기쁘게 맞이할 채영이 생각하니 오빠는 참 좋겠다 생각했어.

그럼 그림 많이 그리고 책 많이 읽어달라고 해...

산골 소피아 아줌마가
황루시아 (2008-12-06 23:03:42)
채영이가 보기전에 오빠가 먼저 봤네요...
용선이도 숙제 마치고 홈을 열어보고는 엄마 보라며 홈을 열어놓고
책들고 슬며시 나가면서 하는말이
"엄마 나도 내일 미사보러 또 갈래..."
어린이 미사 보면 안봐도 된다니 그래도 가겠다네요...
저를 보고싶다는이가 있으니 저도 보고싶은가봐요...
채영이는 그림 많이 그리라는 말에 언니랑 주현이를 멋지게 그려놨어요...
온통 분홍에 하트에...
내일 저 그림을 우찌 감당하시려나...ㅎㅎ
언니랑 아저씨 줄거라며 밴드에 이름까지 적어 백에 넣어두네요.
채영이가 생각하는 멋진밴드(뽀로로밴드)를요.
언니말은 잘도 듣는 아이들...
지금 둘다 책읽고 있어요...
언니가 책 많이 읽으라는 말에... 좋고로.^^*
심 정아 (2008-12-06 23:23:57)
방금 글올리고 이 글을 읽었네요.
생동감넘치고 영화를 보는듯 상상이 가요.
그런데 고등학생이 그렇게 착해요.
요즘 애들 부모말 안듣는데...
잘읽고 갑니다.ㅇ
언제 홈의 글을 다 읽나..기대됩니다.
하늘마음 (2008-12-07 01:56:32)  
선우는 고1인데 산골에 왔을 때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어요.
귀농전에 다니던 학교랑 차이가 있었겠지요.
초등학교때 열심히 놀다가 중학교 2학년때까지 쭉 놀다가...
중3이 되니 내신으로 고등학교를 가야 하는 일이 코 앞...

그때 많이 속이 깊어지고 철들고 속앓이 많이 했다네요.
본인 말이...
지금은 스스로 책도 여전히 잘 보고 공부도 알아서 하니 전 할 일이 별로 없어요.
아직 주현이는 중2인데 더 두고 봐야겠지요.

자주 오시어 천천히 읽으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배 소피아
장현칠 (2008-12-08 17:54:45)
젤위에 선우사진... 참 건강해보이네요....
요즘 아이들중에 저런 체험을 할수있는 아이들이 그리 많지않을텐데...
하늘마음 (2008-12-08 19:31:58)  
어제 저 글을 읽었는지 선우가 지 아빠에게 항의(?)를 하며 놀리네요.
아빠는 사고를 치면 자기가 수습하러 다녔다나 뭐라나...
두번이나 사고가 났고 자기는 두번이나 수습을 해드렸다며 왜 그런 내용을 자세히 쓰시지 않았느냐며 ...

그날도 얼마나 지아빨랑 웃고 떠들던지...
어제도 또 한번 그때를 떠올리며 웃고 놀리던 두 남자들...
미사끝나고 선지국사 먹는 식당에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제가 봐도 이런 체험할 애들 많지 않을 것으로 압니다.
싫은 소리도 안하고 무엇을 하다가도 아빠가 도와달라고 하면 바로 옷차림부터 갈아입고 나서지요.
저 스웨터도 내 거고, 속에 입은 방한 조끼도 내 것인데 ...
바지도 다 떨어진 추리닝 입고 있다가 손님이 오셔도 그냥 그러고 있어요.

한번은 물었어요.
창피하지 않냐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더라구요.

배 소피아
대대적인 작업을 하기 전에... [2]
텅 빈 가슴으로 마주 서다. [2]

  당신은 2002년 2월 이후 째 방문자 입니다.    산골남주인에게 메일보내기산골여주인에게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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