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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6-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작성자: 하늘마음   등록일: 2017-06-21 01:32:00   조회: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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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하고는 영혼도 혼란스러웠다.
모든 것이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꽃도, 풀도, 개구리도, 바람도, 태양도, 별도, 달도...다 말이다.

귀농 전이라고 해서 내가 이런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닌데 몰란 던 것처럼 신비로웠다.
귀농 전에는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긴 했지만 눈에 들어오진 못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해독했다.

귀농 후에는 이런 것들이 눈을 통하여 가슴에 들어와 앉았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천양지차다.

눈에 보이는 것은 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눈이 째졌으니 그냥 보일 뿐이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말을 건내면 그가 나에 대한 응답으로 눈을 통해 마음으로 들어와 친구가 된다는 거다.

민들레 역시 귀농 전에도 알았지만 민들레의 이파리가 어떤 모양인지, 어떤 모습으로 점차 변신하는지, 좌판을 접을 때는 무엇을 남기고 사라지는 등을 알 길은 없었다.

그냥 ‘이것이 민들레구나’였다.

그러나 귀농하고는 그가 늦어도 4월에 내게 온다는 사실과 처음에는 반갑다가 지천으로 마당을 덮을 때는 징글징글하기도 했다가, 꽃이 지면 찬란함은 어디로 가고 덩그마니 민머리로 내 앞에 섰다는 것과, 그 홀씨들이 바람만 불어도 정처 없이 날아간다는 것과 어디든 발을 딪으면 그곳에 다시 뿌리박고 삶을 이어간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단 4줄로의 표현에 불과하지만 한 우주를 설명한 거나 다름없다.
민들레는 일단 씨가 날아가 앉기만 하면 자신의 영역표시로 펑퍼짐하게 자리를 잡고 살아가다 보니 봄이면 지천이 민들레다.
그만큼 번식력이 높아 우리 말의 민들레 어원이 '문둘레'란다.
문 주변에 흐드러지게 볼 수 있다는 뜻이란다.

그렇다고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꽃이며 이파리며 하다못해 뿌리까지 다 사람에게 헌신한다.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이다.
뿌리는 커피로도 만들어 먹으니 여간 고마운 풀이 아닐 수 없다.

이뿐인가.
내가 제일 그를 스승으로 아는 것은 따로 있다.
꽃이 지고 나면 곧바로 떠날 채비를 하는데 그의 표정에는 미련이 없어보인다.
그렇게 스스로를 탈탈 털고 떠날 준비가 끝나면 바람부는 대로 날아가 어느 곳이든 낯설어하지 않고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이듬해 그 자리에 자신의 삶을 꾸역꾸역 시작한다.
그리고 찬란히 꽃피우다 다시 떠날 채비를 하고 말이다.
민들레에게서 삶을 읽는다.
20년 가까이 지척에서 그를 관찰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무엇이고 차고 넘치는 시대에 노란 민들레가 삶을 제대로 보게 해준다.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고 했던가.
그 말의 의미를 어쩌면 난 민들레에게서 본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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