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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손철주, 이주은
산골청년
[2012-12-15 11:02:36]
첨부파일 : 2011113035181910.jpg (17.1 KB) 다운로드받은 횟수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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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과 그림. 읽으면 읽을수록 이질적인 조합이 아닌가. 찬란한 자연이 담아낸 그림은 넘쳐나나, 정작 그 그림들은 도시인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으니까. 자연과 사람, 그 자체에 살고 있으면서 그림까지 봐야겠다는 건 무슨 욕심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술관을 허허롭게 거닐다 뭔가에 홀린 듯, 한 그림에 붙박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풍경이란 화가의 붓끝에서 화폭에 옮겨지는 순간 이미 또 다른 풍경이다. 카메라가 발명된지 오래건만 그림과 화가가 엄연히 건재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스펙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 등 떠민 것도 아니었다.
인색하기 이를데 없는 대한민국 중,고등학교의 방학임에도, 매 방학 때마다 배낭 하나 들고 상경해 홀홀단신 미술관 투어를 다닌 내 전력은 어쩌면 그런 무의식적 설움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허걱’한 예술의 전당 입장권 가격을 듣고 몇 분이고 매표소 앞을 서성인적도 있었고, 물어물어 가까스로 찾아간 간송 미술관이 상시 개장이 아닌 시기별 개장임을 알고 축 처진 어깨 다독이며 되돌아 온 적도 있었다.  

성남 어느 한 구석에 피카소 전을 한다기에 무려 2시간을 걷고 걸어 ‘성남아트센터’(얼마나 헤맸는지 까먹지도 않는 이름이다.)에 당도한 적도 물론 있었다. 무모했지만 아름답게 남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 그림에 대한 갈망은 내 독서 편력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군인이 된 후로도 난 기어이 그림에 대한 책을 찾아 헤맸고, 어두컴컴한 부대 도서관에서 난 기어이 이 책, ‘다 그림이다’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손철주, 이주은이라는 두 남녀 작가의 편지 대담 형식으로 꾸며진 이 책은 동, 서양 대가들이 그림들과 그에 대한 일화, 의미를 되새기며  사랑, 늙음, 열정, 자아 등 생(生)의 여러 주제들을 가볍지만 얕지 않은 필치로 그려냈다.

‘사슴 무리 속에서 쑥대 우거진 집에 사노니, 창문 밝고 인적 고요해 주린 배 견디며 책을 읽었지. 너의 모습 시들었고 너의 학문 비었는데 하늘의 충정 너는 어기고 성인의 말씀 너는 업신여겼다. 내버려 두노라. 너는 책 읽는 좀벌레에 지나지 않으리.’
                                                                                                                                                    -106p

조선 왕조를 뒤흔든 거두, 우암 송시열이 자신의 자화상 옆에 적은 글귀를 수첩에 필사하며 난 이 글 하나를 읽은 것만으로도 달콤한 낮잠 시간을 날린 것이 아깝지 않음을 직감했다. 맞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족했던, 그런 책이었다.

그림에 대한 책을 그림 없이 묘사하기에는 내가 지닌 표현력이 너무나 허접하다.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되 심장을 치는 메시지는 결코 얕지 않은 책, 삶에 진저리치는 친구에게 쓴 소주와 함께 건네주고 싶은 책.
손철주, 이주은의 ‘다 그림이다’ 였다.

하늘마음
12.22. 08:14  
아들아,

지금은 부대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저녁 먹고 쉬는 시간일까..
아님 지금도 각잡고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만 묻기로 하자고 결론내려 본다.

그래,

너희는 정말 스펙을 위해 무엇을 한 적이 없지.
너희 삶이, 너희 영혼이 윤기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려서부터 그렇게 책, 여행,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 노력했지.

처음엔 그림에 까막눈이었던 너희들이 점점 심봉사가 눈을 뜨듯 그렇게 빛을 보게 되었을 때는 역시 발품이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 그리고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를 또 느끼게 되었지.

지금은 그림에 대해서도 너랑 주현이랑 함께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이니 장족의 발전이구나.
그림에 까막눈이기는 엄마도 마찬가지였지만 엄마 역시 책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어.

엄만 자주 산골을 비울 수 없었으므로 책을 통해 그림을 쉽게 익히고 감명을 받았었단다.
그 역할을 해 준 사람 중 하나는 이주헌님이지.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이주헌의 행복한 미술산책> 등의 책이지.

그런 책을 통해 명화의 숨겨진 이야기, 명화의 살아있는 배경 등을 알다보니 무지 재밌고 그림이 행복해보이더라구.

그래, 삶은 익히는 것이기도 하지.
우리가 익히면서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것이지.

우리 아들이 이처럼 군대에서도 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숨결을 느끼고 있으니 엄만 고맙고 자랑스럽구나.

날이 차다.
늘 하는 말이지만 배만큼은 따뜻하게 하고 자거라.

우리 약속했듯이 그리울 때, 별을 보자.

너의 엄마가
김정하
12.22. 09:58 삭제
늘 엄마글만 보았는데 이거 아들과 딸 글도 장난이 아닙니다.
무슨 문학평론가처럼 느껴져요.
아니 그런 분들 글보다 편안하고 좋습니다. 너무 부러워요. 난 아이들 책 안읽는다고 소리만 빠락 빠락 질러대는 엄마인데 님의 엄마도 부럽고 그 아들도 부러워요.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 그래도 맘껏 부러운 집입니다. 미래가 밝아용~~~
시냇물
02.25. 10:47 삭제
저도 미술과 연관된 책을 좋아하는데, 곽아람이 쓴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Norman Rockwell이란 미국 illustrator작품집들이 좋았어요.
하늘마음
04.03. 03:58  
김정하님,

과찬이십니다.
이제는 저도 아이들이 추천하는 책을 따라 읽기 바쁘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다 책은 챙겨주었었는데...
이제는 따라 읽기 바쁘고 이해하기 바빠요.ㅠㅠ

그래도 함께 읽고 토론하면 너무 좋아서 부지런히 읽고 있어요.

응원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배 소피아
하늘마음
04.03. 04:03  
시냇물님,

외국에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느낌이 남다릅니다.
사실 산골에 살면서도 아이들을 공부도 놓고 서울 등지의 미술관, 박람회, 전시회 등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이제 심봉사가 눈을 뜨듯 그림에 까막눈이었던 아이들이 그림에 눈을 조금씩 뜨는 것 같아요.

곽아람님의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는 아직 안읽어 보았는데 인터넷 서점에 가보니 2009년에 나온 책이네요.

제목이 너무 좋네요.
저도 기다릴 때 무조건 책을 읽어요.

저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기대되는 책이예요.

자주 책 추천도 좀 해주세요.

행복한 나날지으시길...

배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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