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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니콜로 마키아벨리
산골청년
[2014-06-09 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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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현재 난립하는 자기계발서들의 조상쯤되는 줄로만 알고 살았다.
더 웃긴 건 어린 시절 <군주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후에 생긴 선입견이라는 거다.

<군주론>이 자기계발서로 활용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요사이 출판 행태를 고려했을 때 나만의 오류라기에는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으나 결국 오류는 오류다.

         제목부터 <군주론>인 책을 어떻게 자기계발서의 조상으로 읽을 수 있었느냐고? 예를 들자면 ‘아첨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라는 챕터를 읽고 나서는 ‘역시 아첨하는 말은 나를 파멸시키는 나쁜 말이니 피해야지.’ 정도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아이의 독해 능력이란게 다 그렇더라.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어린아이를 앉혀놓고 ‘파우스트’나 ‘신곡’과 같은 세계 명저를 억지로 읽히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나이때는 결코 이해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번 진중권의 ‘앙겔루스 노부스’ 서평을 쓰면서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과 ‘스투디움’ 개념을 언급한 적이 있다. 스투디움이 사회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객관적, 보편적 해석론이라고 한다면 푼크툼은 수용자 개인이 예술 작품 앞에서 느끼는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과 감정을 말한다.

        요새하도 ‘창조적 독서’니 ‘크리에이티브한 생각’하는 소리들이 창궐해서 그런지 몇몇 지각있는 독서가들조차 푼크툼 없이 스투디움만을 느끼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진중권 자신조차도 다른 저서에서 ‘저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인용은 또 다른 폭력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군주론>의 경우에 정확히 해당하는 말이다. 몇몇 아이디어를 차용해오는 것을 비판할 사람은 없을 것이나, 자기계발서로서 독해된 <군주론>은 분명 옳지 않다.

        흔히 마키아벨리는 ‘악마’로 통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는 별명도 있으나 사실 그게 그거다. 이러한 비판의 이유는 단 하나. 그가 군주가 가져야 할 덕목에서 ‘도덕’을 제외시킬 것을 <군주론> 전반에 걸쳐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키케로와 같은 선배 정치 사상가들이 ‘도덕성’을 군주에게 강조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이다.

‘저는 이러한 차이가 잔인한 조치들이 잘 이루어졌는가 또는 잘못 이루어졌는가에 따라서 좌우된다고 믿습니다.’
- <군주론> 65P, '사악한 방법을 사용하여 군주가 된 인물들‘ 중

        마키아벨리에게 군주가 갖는 도덕관념은 필요한 조치를 단행치 못하게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물론 이러한 잔인한 권모술수를 장려하고 있지는 않은데, 이조차도 신민들의 불안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같은 냉혹한 문장들이 오늘날의 마키아벨리를 악마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오늘날까지 추앙받는 위대한 정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대 정치 사상가들이 가상의 군주국을 관념속에 설정한채 탁상공론만을 해왔다는 마키아벨리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도덕론자들의 추앙을 포기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진정 필요한 조언을 군주에게 바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이다.

        마키아벨리에게 군주는 군주국의 현현(顯現)이다. 개인적 영달을 위해 행위하는 군주는 그의 계산에 들어있지조차 않다. 당연히 그는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방법론을 포함한 그의 모든 군주론은 그 군주가 군주국을 위해 헌신하는 자일때만 해당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서평 같은 경우에는 어느정도 독해가 끝난 채 써내려간다는 확신을 갖기가 어려웠다.
생각보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방대했고, 그 깊이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거기다 그로부터 파생된 현대 마키아벨리 연구자들의 또 다른 해석론까지 합한다면... 마키아벨리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마키아벨리는 이러저러하다는 말로 가득한 이 서평 역시 애초에 쓰지 않았어야 옳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0대 때 느낀 마키아벨리와 20대가 된 지금 느낀 마키아벨리 역시 분명 다르다. 비록 이것이 오류라 할지라도 그 나이 때만 느낄 수 있는 점을 기록해 놓는다는 것은 분명 소중한 행동일 것이라 판단된다. 아무쪼록 마키아벨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분들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일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늘마음
06.10. 04:23  
아들아,

몇 달 전에 엄마도 <군주론>을 읽었지.
이곳에 후기를 안올렸구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로렌초 데 메디치 전하에게 올리는 헌정사로부터 시작하는 <군주론>이지.

엄마도 그렇게 알았었어.
처세술의 집합체라고...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정치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해.
헌정사 시작에 "군주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소유물 중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나 군주가 받고 기뻐할 것을 가지고 군주를 찾아뵙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군주들은 종종 말, 무기, 금박의 천, 보석, 기타 군주의 드폰은 위엄에 적합한 장신구 따위를 선물로 받곤 합니다...."라고 이어지지.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그런 선물을 하는 대신 이 책을 바친다고 하더구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마키아벨리...
공직에 복귀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던 마키아벨리...
그러나...

한 번 읽어서는 그 심오함을 알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네가 말했구나.
10대에, 20대에 읽는 <군주론>에 대해...

맞아,
엄마도 몇 년 후에 또 <군주론>을 읽는다면 그땐 또 다른 뜻을 이해하고 터득하게 되겠지...

저자의 처해있는 상황이나 성장 배경을 알고 책을 읽는다는 건 여러 모로 많은 것을 유추하게 한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낀 책이었단다.
이 김에 엄마도 <군주론>을 정리해서 올려야겠구나.

아들아.

오늘은 차가 또 고장이 나서 면에 있는 카센타를 아빠가 두 번이나 왕복했단다.
뭔가 5% 정도 부족함이 있는데...

오늘도 안개가 많이 끼었단다.
과제도 좋지만 일찍 자도록 해라.
불면증이 있는 네게 늦도록 과제를 하는 건 점점 더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야.

너의 후기를 보면 너를 대하는 기분이 든단다.
후기 글 잘 읽었어.
덕분에 엄마도 <군주론>을 떠올리게 되고 말이야.

그럼 좋은 오후시간 짓도록 해라.

너의 엄마가 산골에서...
교양녀
06.12. 03:32 삭제
나도 얼마전 이책을 읽었지만 선우군처럼 이렇게 일목요연 정리를
못했는데 후기를 읽고나니 대목대목 책을 다시 읽은것처럼 고개가
끄덕끄덕 나도 모르게 내머릿속 독후감을 씁니다
하늘마음
06.20. 11:55  
교양녀님,

잘 지내시지요?
산골은 안개비가 아주 자주 내리네요.
오늘도 그 상태 속에 있습니다.

사실 저도 후기를 이렇게 못올려서 기가 죽어 있습니다.
처세술이고를 떠나서 한 사람의 열망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저는 참 크게 와 닿네요.

사는 것...
자신의 고립된 생각을 단속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배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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