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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 김훈
산골청년
[2014-07-03 0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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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 13P

        김훈의 산문은 그 자체로 시(詩)다. 김수영 시인이 자신의 자화상 밑에 적어놓은 ‘시(詩)는 나의 닻이다.’ 라는 단 한 문장이 그 자체로 시가 되어 빛을 발한다면, 김훈 산문의 문장들은 특유의 중후함과 깊이로서 단박에 읽는 이를 압도해 버리는 힘을 지닌다.

        처음 김훈 작가를 읽게 된 날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약 10년 전 『칼의 노래』 두 권을 엄마에게 건네받은 것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길고긴 독서 인연의 시작인 줄을 그땐 진정 꿈에서조차 알 수 없었다. 더구나,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칼의 노래』를 문자 그대로 ‘읽어 내려갔’을 뿐이었다. 충무공이 큰 칼을 차고 새벽녘에 앉아 크게 한번 쉬는 한숨에 담긴 고독과 설움 따위 손톱만큼도 공감해내지 못하고 넘어갔었다는 이야기다.
        어린애의 독해 능력이랄까 하는 것이 원래 다 그렇다지만, 지금 생각해도 씁쓸하게 웃음이 새어나오곤 하는 한 순간이다. 김훈 작가의 진의(眞義)에 어깨 너머로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훨씬 나이가 먹은 후, 그러니까 삶이 훨씬 더 아프고 비루해 졌을 때부터였다.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노량은 남해도 입구인데 아주 경치가 좋습니다. 거기 이락사(李落祠)라는 사당이 있습니다. 이순신이 바다로 떨어져 죽은 사당인데 그 이름도 참 이순신답죠. 아무런 수사학이 없고 떨어질 ‘락(落)’자를 써서 ‘이(李)’가 떨어져 죽은 바다라는 뜻이죠. 난 전국 사당 이름 중에서 이락사가 제일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가 죽은 바다. 이런 단순성이 온갖 슬픔보다 더 거대한 슬픔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 145p

        조금만 지각이 있는 작가들이라면 하나같이 ‘문장의 간결성’을 글쓰기 교본에서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곤 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초심자라면 누구나 문장에 덕지덕지 온갖 미사여구들을 불필요한 장신구처럼 달기 마련인데, 허면 당연히 전문가인 작가들은 ‘미사여구를 달지 말라.’라고 써야 책은 팔릴 것이다.
        내가 아는 한에서, 단순명료한 글을 숭배하며 진정 추구하기까지 하는 작가는 김훈 작가뿐이다. 이락사. 범인들이라면 이름 한번 투박하게 지었다며 피식 웃으며 지나칠 이름을 김훈 작가는 예의 그 예리한 눈으로 포착해낸다. 무릇 작가라면, 아니 자신의 글에 긍지를 지니고 싶어하는 자라면 이정도 태도는 가져야 함을 당신의 전 작품들을 통해 알려준 분이 바로 김훈 작가이시다.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렸고, 세상의 더러움을 말할 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가슴 아팠다.”
-본문 수록된 『밥벌이의 지겨움』 서문 中


        원로 작가의 중언부언함이 답답해 보일수도 있겠다. 무릇 작가라면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건 더러움에 대해서건 자신의 명확한 주장을 지니고 있어야 할 터인데, 이 책을 비롯한 김훈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입장이 확실치 않은 내용의 표현들이 자주 나온다. 위와 같은 글을 읽은 독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은 이러하리라. ‘뭘 어쩌라고?!’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뭘 어쩌라고’라는 식의 불만이 실은 교과서에서건 산문집에서건 답을, 중심문장을 찾으라 우릴 교육해 온 한국 교육의 부작용 아닐까? 생각해보면, 살면서 완전제곱식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는 수학적인 부분이 인생에 몇이나 되던가. 언제나 삶은 모호했다. 싫으면서도 좋은 것이 있었고, 귀찮으면서도 이미 하고 있는 것이 있었고, 사랑함과 동시에 미운 것이 있었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안다. 이러한 모호함을 그대로 쓰는 것이야말로 진정 작가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김훈 작가는 천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삶을 결심한 것인지, 죽음을 결심한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 나는 그 모호함을 중언부언하지 않겠다.”
- 『칼의 노래』 중

        P.S: 써온 독서평이 늘어날수록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책일수록 서평에 쓸 말은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너무 좋은 질의 글을 한참 인용한 후 이제 나의 무력한 언어로 글을 풀어내려고 하면 천 길 낭떠러지를 앞두고 선 듯 아득하기만 하다. 꾸역꾸역 몇 문장 써보다가도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인용을 하고 마는 것이다. 분명 좋은 독서평을 쓰는 방법은 못될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늘마음
07.07. 08:52  
아들아,

김훈 작가의 책들을 같이 읽고 어떤 문장에 심장 벌떡인다며 우리 침튀길 때, 같은 책을 읽고 이렇게 같은 생각, 같은 감동에 사로잡히는구나 하는 책들 중 많은 부분이 김훈 작가였음을 알겠구나.

같은 책을 읽고 서로 감동이 달라 아예 말을 섞지 않는 책들도 많지.
뭐 그렇다고 같은 감동이어야 한다는 말은 전혀 아니야.

사람은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청춘이 짙이질수록 터득하게 될 거란다.
삶에서 그것만 배워도 인생 다 배운거라 엄만 생각하니까.

같은 사건을 놓고도 상대방의 말은 귀담아 들어려는 시도도 안하고, 자기 생각만 몰입하는 사람의 언행이 얼마나 극에 달하고 안스러운지 너도 보았을테니까.

<바다의 기별>이라는 책은 산문이라기 보다는 그냥 시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려운 말로 아무리 시를 읽어도 뭔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 방식대로 느끼려 해도 뭔 말인지 알아 먹을 수 없는 시들을 많이 볼 때면 시집을 다시는 사지 말아야겠다는 어리석은 다짐을 수도 없이 할 때가 많았지.

너도 이 대목이 그랬구나.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렸고, 세상의 더러움을 말할 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가슴 아팠다.”
-본문 수록된 『밥벌이의 지겨움』 서문 中

엄마도 그랬어.
엄마는 요즘 '세상'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바꾸어 보니 영락없더구나.

사람이 한없이 아름답고, 선하고, 맑은 모습을 보았을 때는 사람의 추악한 언행에 치가 떨렸지.
사람의 추악하고, 악덕하고, 잔머리로 자신을 합리화해나가고 다른 이를 짓밟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는 내가 아는 이의 맑은 심성과 사랑과 겸손이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려 가슴 아프단다.

<바다의 기별>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시가 되는 그런 책이라 엄만 자주 그런 짓을 한단다.
아는 의사쌤이 <바다의 기별>이 절판되었다고 엄마가 안타까워 하니까 구해서 직접 보내주신 책이란다.

인연이란....
그런 중얼거림을 입에 달고 택배로 온 책을 뜯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엄마도 오늘 밭으로 나가기 전 , 김훈의 시처럼 알싸한 이 책을 한 쪽 읽고 가야겠구나.
밥을 챙겨먹듯....

너의 엄마 배동분 소피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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