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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이제는 엄마의 위로자가 되었구나.
작성자: 하늘마음   등록일: 2012-05-20 01:26:35   조회: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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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꽃밭에 하나 둘씩 꽃들이 부활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들은 지금 부활절을 맞이하고 있는중이지.

2년 전에 얻어다 심은 튜울립이 겨울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 많던 튜울립은 다 죽고 올해 달랑 두 송이가 피었구나.

그 많던 튜울립 중에서도 춥고 긴 겨울을 잘 견딘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니 자연이 스승이 아니겠는지..
홀로 피어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여 매일 꽃밭에 가서 말을 건네주고 있단다.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날의 연속인데도 어디 하나 얼굴에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흐트러뜨리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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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 모든 것이 통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곳,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나야 하는 두려움을 머슴밥푸듯 꾹꾹 눌러야 하는 곳에 어느날 남겨진 너를 엄마가 보듬어야 하는데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네가 엄마를 위로하는구나.

네가 입대할 때 입고간 옷이 올 것을 대비하여 엄마가 많이 연습을 했단다.

'울지 말아야지.
이건 우리 아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야.
이 옷을 받을 엄마 생각으로 입술에 있는대로 힘을 주었을 아들 생각해서 그러지 말아야지'하고 주문을 외웠지만
이번 주문은 효력이 별로 였단다.

그러나 그리움이라는 것은 그렇게 짠 물을 빼고 나면 마음에 고인 물이 싱거워져 그리움도 쉽게 그 물에 풀려 놀겠지.

우리 머릿 속에선 매일 6만5천 가지의 생각이 스쳐지나간다고 하지.
너를 부대에 내려놓고 온 날부터는 거의 많이 생각이 너에게로 향해있단다.

아들아,

아빠의 어깨를 걱정하는구나.
직장생활만 하다가 귀농해서 농사를 지으시다 보니 무리를 하신 모양이지.

네가 군대가기 전에 엄마, 아빠 건강을 제일 우선으로 지키셔야 한다고 강조를 했고, 너와 약속을 하였으니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개복숭아 묘목은 많이 심었단다.
어쩌면 올해 복사꽃을 볼 행운도 있을 거야.
상상으로 복사꽃을 떠올려보렴..

넌 산골에 복사꽃잎이 흩날리면 늘 감탄을 했지.
"엄마, 정말 멋있어. 햐...."
네가 군대를 마치고 산골로 오면 더 많은 복사꽃잎들이 너를 환영할거야.

그리고 울진 연고지 복무 제안을 거절했다고 했구나.
너무 훌륭하고 장하다고 아빠와 입을 모았단다.

아빠가 "역시 우리 아들!"이라는 말씀을 하시더구나.
내색을 좀처럼 안하시는 아빠가 아니니.

엄마 역시 다른 아이들은 현역도 싫다고 집에서 출퇴근하는 상근으로 가는데 너는 더 새로운 세계로 도전해 간다고 현역 지원을 한 것도
대견한데 집 옆의 울진 복무를 거절했다니 역시 너 다운 결정이구나.

울진에서 복무를 하면 휴가도 자주 오고 하여 그리움은 줄어들고, 아빠 농사일도 도와드릴 수 있겠지만 그런 일에 너의 큰 도전이 방해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너는 네 날개를 거침없이 새로운 세계를 향해, 두렵기도 하지만 호기심과 꿈이  너를 자극하는 세상을 향해 펼쳐야 하는 거란다.

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후, 부모나 누구의 도움 없이 네 스스로 결정한 사안 중 제일 훌륭한 것같구나.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어렵고 중차대한 사안도 자신의 판단으로 스스로 결정해가는 것이 기본이지.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지.
너의 멋진 결정에 박수를 보낼뿐만 아니라 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스스로 지혜롭고, 슬기롭게, 네 이성이 시키는대로 잘 헤쳐나갈 것을 믿는단다.

아들아,

몽테뉴가 그랬어.
"인생은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대가 인생에 마련해 주는 자리의 좋고 나쁨에 따른다"고...

정말 그렇구나.
내가 인생의 주인으로 어떤 자리를 마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해.

아무쪼록 지금의 군인으로서의 그 시간들이 훗날 너의 멋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집의 기초를 튼튼히 하듯 그렇게 기초를 다지고 있다고 생각하렴.

네가 그렇듯 청춘의 기초를 닦을 때 주머니에 넣고 한번씩 꺼내 보았으면 하는 윌리엄 스태퍼드의 시를 하나 소개하고 싶구나.



<삶이라는 것은>

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도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 그 실은 네가 늘 손에서 놓지 않는 책과 자연일 수 있지.
언제나 손에서 놓치지 않도록 하렴.

그리고 그곳에의 작은 느낌 등 짧은 단상들은 엄마가 보낸 수첩에 자꾸 적거라.
그래야 네 글력이 줄어들지 않는 거야.
자꾸 써본 사람 앞에는 어떤 작가도 못따라가지.
수첩은 네가 작은 것을 부탁했기에 그것으로 고를 거란다.
스프링이 있으면 쓸 때 오른손에 걸리기 때문에 없는 것으로 샀어.

'우리 엄마가 바쁜데 이런 것을 보내달라고 하면 어떨까'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말거라.
자식이 있어 이런 것도 사러다니고 그게 행복이고 사람사는 맛이란다.
자식이 없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지.
모든 것을 그렇게 생각하면 어깨춤을 추며 살 수 있는 거지.

또 하나 당부는 너도 늘  염두에 두는 말이지만 모든 것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해.

그 점에서는 워낙 네 사고가 튼튼하고 맑으니 걱정은 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더 튼튼하게 영글어가는 사고와 정서를 가끔 한번씩 꺼내서 먼지를 닦으렴.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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