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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병 편지2] "아파도 당당하게"
작성자: 하늘마음   등록일: 2012-05-21 01:44:08   조회: 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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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엄마, 편지는 잘 받아보았어.
생활관 동기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던지.
군인이 되면 모두 하나같이 이렇게 소박해지나봐.
손편지 하나 받으면 설레서 밤에 잠도 안오고, 언제쯤 돼서나 읽을 수 있나 편지봉투만 만지작거리고...
휴대폰 버튼 한번이면 목소리에 얼굴까지 듣고 볼 수 있는 요즘 사회에선 느끼기 힘든 감성이지.>>

*

<<이 편지보다는 내 옷과 동봉한 편지가 더 먼저 도착할 것같은데 그걸 받아보고 엄마가 해야 할, 아니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하나 있어.
그건 울지 않고 자랑스러워 할 것....
: 80년을 산다는 매는 일생의 반을 살면 닳고 금이 간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부딪쳐 깨버린데.
피가 줄줄 흘러도 망설이지 않고, 이윽고 더 강하고 날카로운 새부리가 나면 낡고 해진 옛 깃털까지 전부 뽑아버리고 새 깃털을 얻지.
그리고 남은 반생 역시 창공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거야.

그 옷도 그런 거야.
2년 후의 비상을 위해 벌거숭이가 된 거야. 기꺼이...
그러니 울지 말고 자랑스러워 해도 돼. 울지 말고..
까짓 거 1년 9개월이 뭐라고 두고 봐.
건강히 전역해서 하늘로 비상할 거니까..>>

*


<< 여기 생활은 만족스러운 편이야.
담당 소대장님도 좋은 분이고 분대장(조교)님도 내 상상보단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무엇보다 같은 생활관을 쓰게 된 동기들이 다 좋은 친구들이야.

이것 저것 사회경험 많은 큰 형부터 시작해서 어렵고 바쁠 때 서로서로 돕는 동갑들까지 각양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꽤 잘 돌아가고 있어.
그러니까 아무런 염려하지마.

이러나 저러나 내가 버티고 감당해내야 하는 시간인 630여 일.
더 강하고 훌륭하게 다듬어지는 시간으로 채우려 해.
물론 그 시간을 버티게 할 수 있는 원동력 중 가장 큰 것은 단연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지.
얼굴만이라도...다만 손 한번이라도...

5월 24일. 면회하는 장면을 하루에 적어도 수십번씩은 상상해보는 것 같아.
일단 두 팔이 뜮어지도록 끌어안겠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서로 두 손만 꼭잡고 눈물만 쏟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얼른 추스르고 1분이라도 아껴서 어딘가로 달려가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할까?
내 성장에는 별 영양가 없는 상상이지만 어쩌겠어. 그거 하나 바라보고 사는 걸....>>


<<강신주 박사 책에 이런 말이 있어.
현재 내 병영 수첩 맨 앞장에 적혀 있는 말이기도 하고.
짧지만 참 많은 사색의 재료가 되는 말인 듯 해.
“아파도 당당하게”

630일 서로에게 참 아픈 시간이겠지.
그리움으로 속은 열사의 사막보다 바싹 말라 붙을테고 성장통이 찾아올 때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신음하겠지.
하지만 당당하게 사는 거야.
아파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알았지? 나도 그럴테니까.
오늘밤 별을 보며 같이 기도하자.

2012년 4월 25일

P.S 좋은 말 하나를 알게 되어 급히 소개해.
      급하니까 사설은 길게 못쓸 듯...
      “피 흘릴 각오 없이 승리를 얻고자 하는 자는
       피 흘릴 각오한 자에 의해서 반드시 정복된다.“ -클라우제비츠-

엄마는 어떤 노력도 없이 뭔가를 얻어서는 으스대는 것을 항상 병적으로 경계했지.
그런 세상은 정의롭지 않은 거라고, 어린 우리 남매에게 항상 강조했고, 이제 이 정신은 나의 신념 중 하나가 됐어.
엄마의 신념에 잘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되어 첨부해.

대구 50사단 훈련소에서 아들 올림

신미영 (2012-05-21 21:16:44)
듬직한 아들임에 틀림없네요. 글이 찡해요. 건강하게 군대 생활을 잘 하시길 빕니다.
아리랑 (2012-05-22 09:54:27)
역시 부드러운 엄마의 교육이 아드님을 강하게 마드나 봅니다.
군인이 이런 격조높은 편지 쓰는 거 처음 봤어요.
대단 하십니다.
든든한 군인아저씨의 포~~스가 물씬 밀려 옵네요.
하늘마음 (2012-05-25 11:16:09)  
신미영님,

아이들에게 배울 때가 요즈 많아서 분발해야겠어요.ㅠㅠ
평생 배우고 느끼고 그렇게 사는 것이지만 아직도 어린 아이들에게 참 많이 배우네요.
제가 요즘 글을 잘 못올리고 있네요.
농사 일로 밭에 갔다가 공사하는 일도 마음에 들어와 있고...자주 뵈요. 여기서...

배 소피아
하늘마음 (2012-05-25 11:21:01)  
아리랑님,

고맙습니다.
잘 봐주셔서...

편지를 쓰고 시를 필사해서 보내고 하는 일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요.
물론 중딩, 고딩때에도 아이들과 편지교환을 많이 했지만 지금 상황은 또 다른 상황...

세상과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드는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이야...하는 마음으로
매일 정성들여 시를 필사해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옆에 엄마는 만난듯 이렇게 편지를 꼬박꼬박 써서 보내네요.
조금씩 통증을 다르리며 성장해가겠지요.

자주 마실오세요.
아리한 마음이 드는 날 위로가 되었습니다.

배 소피아
[훈련병 편지3] "이런 자세로 임하고 있어". [4]
[훈련병 편지1] 엄마를 잘 보듬어주세요. [4]

  [훈련병 편지2] "아파도 당당하게" [4]  하늘마음  2012/05/21 1095
   [re] 그리움이 목젖까지 차오르면....  하늘마음  2012/05/28 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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