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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그리움이 목젖까지 차오르면....
작성자: 하늘마음   등록일: 2012-05-28 00:20:07   조회: 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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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고 하더니 개구리 소리는 들리지 않고 멀리서 뻐꾸기 소리만 산골의 공기를 꽉 매우고 있다.
한 번의 박자도 놓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제 자식들 옆에 끼고 자장가를 불러주는가 보다.
내 자식은 군대갔는데....

이 칠흑같은 밤에 멀리서 아련히 들려오는 저 소리는 참으로 듣는 이를 아리하게 만든다.
그 어떤 미움도, 용서하기 어려운 일도 이 순간만큼은 그 소리 밑으로 다 기어들어가 풀어지는 것같다.

개구리들은 잠들었는줄 알았는데 가끔 후렴처럼 끼어든다.
그러나 깊게 참견할 생각이 아예 없음을 알겠다.
그 소리가 대차게 내지르는 것으로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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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를 그 낯선 훈련소에 두고 뒤돌아 오는 발걸음은 발바닥에 순간 접착제를 발라놓은 듯 좀처럼 떨어지질 않더구나.

그러나 소대장님인지, 중대장님인지의 명령에 의해 모든 훈련병이 강당의 단상 위로 올라가 거수경례를 한 다음, 등을 돌리게 했으니 등 뒤로 부모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서있는 너를 생각하면 ‘저 마음이야...’ 하며 엄마를 달래었지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돌아보는 일은 접지 못하겠더구나.

뒤돌아보고, 뒤돌아 봐봤댔자 이제 막 까까머리를 하고 복장은 사복을 입은, 입영통지서에 아직 잉크도 안마른 청춘들 뒤통수뿐이었지.

그 안에, 그 어딘가에 내 자식이 있고 그는 지어미, 아비의 발자국 멀어지는 소리를 온갖 세포를 다 동원하여 듣고 있었을 생각에 미어지는 가슴을 여미고 여며 서둘러 그곳을 나왔단다.

그래, 너의 옷을 잘 받았단다.
너의 옷을 받았을 때 스물스물 허락도 없이 코로 들어오는 자식의 냄새에 눈물을 안흘릴 순 없었단다.

그 옷을 입고 입대 전, 연병장에서 아빠와 찍은 사진의 그 씁쓸한 표정을 엄만 잊을 수가 없었단다.

너의 옷과 그 사진의 표정이 겹치니 알 수 없는 감정에 짐승소리가 나오더구나.
그러나 걱정말거라.

정녕 내 자식이 우리 엄마가 어떻게 살길 바라는지 잘 알기 때문에 이내 허물어진 마음과 몸을 추스르고 금쪽같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며 자식 만날 날을 관절이 아프도록 손꼽아 기다리며 잘 살거야.

그러나 그리움이 되새떼처럼 몰려오면 그건 엄마도 감당하기 어려운 눈물이 쏟아지겠지.
우리 그리움이 차올라 목젖을 뎅그랑뎅그랑 울릴 때는 별을 보자꾸나.

그런 다음 그 별에게 말을 걸도록 하자꾸나.
엄마의 간절한 마음은 별도 감지를 하여 그 진동을 너에게 전하리라 믿거든.

80년을 산다는 매 이야기를 하며 비상을 준비하는 아들이 자랑스럽구나.
창공의 제왕으로 군림하기 위해 피를 흘리며 부리를 바위에 깨버리는 매.
낡은 깃털까지도 다 뽑아버리는 고통을 감내하며 새로운 날을 준비하는 매.
우리 아들이 2년 후의 비상을 위해 그렇게 벌거숭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더 자랑스럽구나.

그래, 소태처럼 쓴 맛을 알아야 단맛의 환희와 소중함을 더 애틋하게 알 것이고, 또 그것을 오래 유지하려 애쓰겠지.
즉, 지금의 고통과 아픔, 그리움, 힘듬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 훗날 땅을 딪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잣대가 되어 줄 것으로 믿는다.

*

그래, 그랬지.
자신의 노력 하나 없이 거저 부자가 되고, 거저 행운을 얻는 등의 사람을 경계했지.

그러다 보니 무엇이 어깨에 힘을 주게 하는 일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돈으로만 목이 부러져라 힘을 주는 등의 그런 사람을 아주 아쉽게 생각하다 보니 너희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해주며 온몸에 젖어들도록 했었다.

'거저 얻는 것'은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을 착취하는 거야.
그러니 네가 노력하고 희생하여 얻는 것만이 참된 네 것이지.
거저, 덤으로 얻어지는 것은 찬란히 빛나지 않으며 그 반짝임 또한 오래 가지 않는다고 너희들 귀에 딱지 앉도록 말했지.

최선을 다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그 진실된 기쁨의 가치를 알고 살았으면 해서 너희들에게 어려서도 기회있을 때마다 말해주었었는데 귀담아 듣고 네 삶의 잣대로 여긴다니 훌륭하구나.

너희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엄마의 삶도 반추해 보곤 했었단다.
이런 말을 침튀기며 애들에게 말할만큼 내 삶 또한 그렇게 최선이었는지...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구나.
지금까지의 소풍길을 보니 최선을 다했다고...

“피 흘릴 각오 없이 승리를 얻고자 하는 자는 피흘릴 각오한 자에 의해서 반드시 정복된다”는 말을 신념으로 알고 너의 길을 간다니 대견하구나.
그래, 네 말대로 “아파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살자꾸나.


*

같은 동기들이 다 좋다고 하니 복이구나.
그럴수록 살갑게 대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늘 신선해야 함을 잊지 말아라.

모든 것은 네 할 탓이라는 말을 엄마에게 귀에 딱지앉게 들었을 거야.
'자기 귀염은 자기가 받는다'는 옛말이 거저 있는 게 아니란다.

*


네가 좋아하는 니체가 말했지.
‘어디에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 이제 막 등불을 내걸었으니 힘차게 네 길을 가길 바란다.

그리움이 목젖까지 차오르면 우리 별을 보자.

2012년 5월 2일
산골 다락방에서 아들이 늘 ‘우리 엄마’라고 부르는 엄마가

[훈련병 편지3] "이런 자세로 임하고 있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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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그리움이 목젖까지 차오르면....  하늘마음  2012/05/28 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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