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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병 편지3] "이런 자세로 임하고 있어".
작성자: 하늘마음   등록일: 2012-05-29 01:33:18   조회: 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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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기필코 다시 편지하겠노라고 약속했었지.
토요일 아침, 헌혈하면 준다는 초코파이도 마다하고 다시 펜을 잡았어.
군바리가 초코파이(이곳도 3개!)를 포기했다고 하면...내 심정 알만하지? ^^>>


*

<< 엄마, 산골에는 찬란한 봄이 흐드러졌겠네.
그 어느 때보다 새싹들이 힘차게 밀고 올라올테고, 새들은 명랑하게 지저귀겠지.

아마 그 풍경을 지금의 내가 본다면 이렇게 말할테지.
“미쳤어”

난 여기 군대에서 매순간 도전하고, 엎어지고, 깨지고 하며 걸음마를 하고 있는데 내가 없는 세상은 멀쩡히 봄이 오고, 새가 지저귀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 서운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

씁쓸하지만 엄정한 사실이지.
이걸 인정해가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닐까...하고 가끔 막연히 생각해 보곤해.>>

*


<<여기 군대란 곳은 특유의 분위기랄까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본인의 절실한 노력이 없는 한, 나도 모르게 '생각(사색)'이란 것과는 멀어진다는 거야.

훈련과 훈련 사이의 대기 시간, 식사 대기 시간, 개인 정비 시간 등 훈련하지 않는 시간이 많은데, 바로 이 시간이 '아차'하는 순간 하릴 없는 잡담으로 이어지더라고.

어느 날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30여분을 속된 말로 '멍 때린 '적도 있어.
그 시간에 엄마가 보내준 시구들이라도 한번씩 더 음미했더라면...
평소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단상들이라도 정리했더라면...하다못해 체력 단련이라도 열심히 했더라면...
내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따위 정신상태로 무슨 환골탈태를 이루겠단건지, 정말 내 자신의 한심함이 얼마나 싫던지..앞으로는 함부로 버리는 시간이 없도록 두 눈 똑바로 뜨고 나 자신을 감시해가려고.

그러고 보니 다이어트를 한창할 때 딱 이런 식으로 나 자신을 몰라붙였었지
3시간 동안 운동하기로 계획해놓고 2시간 50분밖에 운동을 하지 못했다면 내가 생각해도 살벌하게 나 자신을 비판해갔던듯 해.

그렇게 나 자신의 멱살을 그러쥐고 끌어당기기를 수십 일..
어느 새 몰라보게 날렵해진 내가 거울 속에서 '웃고' 있더라.

군대도 그와 다르지 않으리라고 감히 믿어 의심치 않아.
하루하루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덤비고 깨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또 어느 새 몰라보게 변한 내가 웃고 있으리라.>>

*

<< 작가 김훈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음을 엄마도 잘 알거야.
엄마와 나 둘 다 너무나 감동스럽게 받아들였던 말이니까.

“(<근사록>을 가리키며) 이 책에 그런 말이 나오는데,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나 인간이 똑같다면 구태여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거죠.”
참 명문이다. 그렇지?

책은 얼어붙은 내면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단언했던 프란츠 카프카의 문장과도 일맥상통하는...이 말을 난 이렇게 변주해봤어.

“어떤 경험을 하기 전이나, 한 후나 당신의 모습이 같다면, 그것은 헛수고에 다름 아니다.”

군생활도 이런 자세로 임하고 있어.
입대할 때의 그 절절한 초심만은 잊지 않아야겠지만, 전역 후의 나는 입대 전의 나와는 확연히 다른 인간이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내 아까운 청춘 1년 9개월은 허비되고 마는 거라고...
그렇게 다그치고 있어.
그러니 지켜봐.>>


*

<< 엄마도 피곤하고 그리워서 괴롭더라도 신나게 지내.
희망은 지천에 널렸잖아?
잘살아.
나도 잘 살고 있으니...
다시 만날 그날까지...>>

2012년 4월 28일

P.S  미안...씩씩하게 통화하려고 그토록 나 자신을 가다듬었건만 “엄마!” 한 마디 발음하는 순간 그냥 눈물이 쏟아지더라구.
       아픈데 없으신지도 물어보고, 주현이는 자기소개서 진도는 많이 나갔는지, 새로 산 땅 갈무리는 잘 됐는지...물어야 할 내용이 수첩
       한가득 적혀 있었는데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지더라.      
      누가 보면 군대부적응자쯤 되거나 구제불능의 마마보이로 보였겠지.
      난 이곳에 잘 적응했지만, 그냥 끝도 없이 그리웁고 그리워서....
      엄마, 우리 또 편지하고 기회되면 통화하고, 그렇게 성장하면서 상봉할 날만 손꼽아보자.
    
      2012년 4월 28일 대구 훈련소에서 아들이


아리랑 (2012-05-29 13:12:23)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이유가 있지요.
아드님과 상반된 길을 가고 있는 조카가 있어요.
먼 먼 훗날
소피아님과 더 친해지만
소마음을 털어 놓을까해요.
멋진 군생활 기대합니다.
하늘마음 (2012-05-30 00:35:58)  
아리랑님,

몇 번이나 아리랑님의 글을 읽어봅니다.
조카...
저에게도 조카들이 많아요.

우리 형제들은 서로의 아이들에 대해 아들처럼 대하지요.
그래서 이모들은 엄마마침이라는 말을 자주 해요.

아들처럼 이뻐하고, 아들처럼 지적도 해주고...
서로 그렇게 하다보니 이모들이랑도 너무너무 친하고요.

그래서 조카하면 자식같아요.
그래서 아리랑님도 조카가 그런 모양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내용인지 몰라도 지금의 청춘들 모두 잘 이겨낼 것입니다.
잘 걸림돌을 넘어 이 기회가 디딤돌이 되는 날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아리랑님과 친하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아직 멀었나 봅니다.
먼 먼 훗날이라고 하시니...^^

조카도 군인인 것같습니다.
정말 1년 9개월이 삶 전체에서 최상의 스승이었다고 되돌아보는 날이 있으리라 믿으며 화이팅입니다.

배 소피아
홍영수 (2012-05-30 09:24:43)
두 분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끼어듭니다. 제 주변에 군대간 젊은이치고 이곳 산골청년처럼 자기 길을 멋지게 가는 사람 못봤어요. 제 주변에 그런 젊은이만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고요. 아니 요즘 젊은이들 다들 귀하게 커서 그렇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귀하게 컸지만 이처럼 멋진 청년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럽네요.훌륭히 잘 키우세요. 명령조로 하는 말이 아니고^^ ㅎㅎ 그래야 보고 배우는 청년들이 있을 것 같기 때문에요.힘얻고 갑니다.
하늘마음 (2012-05-31 10:21:09)  
홍영수님,

저도 듣기로는 군대가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하여 마음이 아팠었지요.
얼마나 적응하기 힘들었을까.

그런 아들을 보는 어미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
옆에서 증상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도움도 못되어주는 어미 마음이....

그래서 모든 군인들이 정신만은 고통스럽지 않기를 한동안 기도한적이 있었어요.
그때 우리 아이는 고딩이었고...

이제 군대라는 곳에 막 발을 내딪은 아이이니 한동안 자리텃을 하겠지요.
모든 것이 낯설고, 좋아하는 가족들의 온기도 못느끼고 하니 그리움만 쌓이겠지요.

전화 목소리에 아들의 그리움이 묻어나와 제 귀에 쌓이는 걸 느끼겠습니다.
모두가 내 자식이다 생각하고, 모두가 내 부모라면...이렇게 헤아려주는 마음이 있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자식 군대보내니 또 한번 나이값이 무엇인지를 고통을 통해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잘 훌륭히 키우겠습니다. ^^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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