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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우리 엄마, 잘 살아"
작성자: 하늘마음   등록일: 2012-06-03 02:42:50   조회: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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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네가 대구 50사단으로 군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드디어 떠나는 날, 엄마가 새벽에 쓴 일기를 오늘 또 읽어보았어.

“2012년 4월 17일 새벽

날이 밝으면 내 핏줄 하나가 훈련소로 간다.
늦은 밤, 아들이 누워있는 방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하나 서로 고민하는 것까지 감지했다.
그런 침묵이 서로를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안 우린 동시에 두서 없는 말을 꺼내 서로의 마음을 어항 들여다 보듯 했다.
눈치빠른 녀석이 내 손을 잡는다.
“우리 엄마, 잘 살아.”
“그려, 어여 자. 좋은 꿈꾸고.”라는 판에 박힌 말밖에 못했다.
평소에는 미꾸라지처럼 매끈하고 번지르르한 말도 잘 지껄였건만 지금은 그 알량한 밑천이 다 어디로 샜는지 아들에게 물위에 기름뜨는 마음을 들키고 말았다.
이제 날이 밝으면 아들 손 잡고 그가 통제할 수 없는 낯선 곳으로 간다.
아들이 잠들지 않았음을 알았지만 잠든 아이를 두고 나오는 마냥 슬며시 아들 방을 나왔다.
그게 최선이라고 나쁜 머리가 시켰다.
아들이 몇 시간 후 신고 갈 구두를 닦았다.
구두약을 칠하고 광을 내면서 그곳에서의 생활도 아들 영혼에 광이 나기를 기도하면서.....
인디언들이 ‘가슴 속 가슴’이라고 부르는 영혼은 어떤 상황에서도 신선도를 유지하길 빌었다.
구두보다 별들이 먼저 광이 났다.
제딴에는 그들이 열심히 내게 위로하는 거라는 걸 난 안다.
‘별들아, 내 아들을 지켜주렴.’....“


선우야, 그때의 그 마음...지금 다시 떠올리니 숨이 가빠지는구나.>>

*

<<엄마 편지가 오지 않아 ‘우리 엄마 바쁘구나..’했다는 대목에서 어찌나 아리하던지.
우리 아들이 가족의 편지 하나가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것인데 엄마가 편지를 써놓고 우체국택배 아저씨에게 전해준다고 하고서는 택배물만 전해주었단다.

택배차가 가고 나서 한참만에 네 편지를 보고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오늘은 벌써 우체국 마감시간이고, 내일은 차가 없으니 천상 그 다음날 보낼 수 밖에 없었단다.

늦어도 이틀이나 하루만에 손편지를 보내다가 이틀이 지나도 편지가 안오니 얼마나 허했을까.

엄마편지도 편지지만 간식(시 배달)도 걸렀으니 말이야.
엄마가 너에게 편지쓰고 특히나 네가 좋아하는 시를 필사해서 보내는 일은 엄마의 아주 중요한 일과 중 하나기 때문에 바쁘다고 거르는 일은 없지 싶어.

엄마의 실수로 보낸 줄 알고 헬렐레하고 있다가 이번처럼 이게 웬일이냐며 엄마 머리를 쥐어뜯는 일이 아니고서는 말이야. ^^
엄마의 편지가 아들의 그 묵직한 피로를 씻어준다니 고마운 일이구나.>>

*

<<언제 편지에 그렇게 말했지.
그때 그때의 생각을 글로 자꾸 옮기는 것만큼 머리도 정리가 되고, 녹슬지 않고, 필력도 늘리는 일도 없단다.
금상첨화지.

더군다나 군대에서의 언어 사용이라는 것이 단순할 수 있고, 게다가 책 구경할 시간도 없으니 점점 머리가 단순버전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어.

또, 군대가 아니어도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은 여러 모로 좋기에 네게 권했는데 서로 마음이 통했구나.

뭐든 생각을 잘 정리하려고 하면 그것도 신경쓰이는 일이니 그저 떠오른 짧은 생각이지만 일기처럼 다시 읽으면 나를 반추해 보고, 나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을 그대로 가감없이 적으면 부담없고 좋을 거야. >>

*

<<네가 군대와서 보는 글들이 민간인(?)이었을 때보다 더 절절하게 와 닿는 경우가 허다할 거야.
그렇기에 군대생활을 할 때 자신이 감각세포를 늘 신선하게 유지하고 닦고 하는 사람은 그곳에서도 엄청난 깨달음과 자기 발전을 이룬다는 것을 엄마는 믿는다.

너도 군대가기 전에 꼭 그런 기회로 삼을 거라고 다짐을 했으니 엄마 또한 얼마나 더 깊어지고 넓어진 가슴으로 제대하는 날, 엄마 앞에 설까 가슴 설렌단다.

또 모든 것이 통제된 공간이기에 거기서 오는 느낌들이 묵은지처럼 깊을 수 있고 말이야.
같은 일을 받아들이는 것도 지겹고, 따분하고, 진저리나고, 눈꼴시다고 생각하면 정신은 한없이 그렇다고 충돌질할 것이고 완벽하게 합리화하는 데까지 이를 거야.

그러나 거기서도 어떤 현상이나 태도를 보고 무엇인가 하나를 건지려고 대들면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일들 투성일 거고.
결국은 그런 일들이 스승이 되는 거지.

엄마도 귀농하고 그런 쪽으로 세포를 동원해 버릇하니 삶이 훨씬 긍정적이고, 광이 나고, 여유로워짐을 느끼고 살다 보니 너에게 거침없이 이런 말들을 할 수 있어 좋구나.

*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멋지게 성공하고 싶다는 것, 누구나 갖는 가슴 속 울렁임이지.
엄마도 그런 성격인데 우리 아들이 빗대었구나.

우리가 멋지게 성공한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 뭔가 떵떵거리며 산다는 뉘앙스가 풍길까 아쉽지.

우리가 말하는 성공이란 이 아까운 삶을 그저 바람이 스쳐지나듯 산다는 것이 아니고 온몸으로 열렬히 살면서 이 세상에 왔다간 작은 흔적을 남기고 향기를 남기고 싶다는 뜻 등이 내포되었음을 엄마는 잘 알지.

그런 꿈이 있는 자 만이 실천이 가능한 거란다.
꿈조차 없는데 뭐가 이루어질까.

한 가지 예로 엄마가 늘 말했지만 엄마의 꿈 중 하나는 산골에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거라고 했다.

몇 년 전에 그런 말을 흘렸을 때는 우리가 오두막에 살았었지.
남들이 듣기에 ‘아니,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 살면서 ...’라는 생각을 했을 거야.

그러나 꿈이라는 것도 무작정 그렇게 꿈만 그리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계획, 구상 등을 늘 생각하다 보면 아가가 엄마에게 그 느린 걸음마로 결국 접근하듯이 그렇게 꿈에 도달한다고 믿는단다.

그러나 그렇게 꿈을 꾸고 오두막을 헐고 지금의 집을 짓고 나니 딱 한걸음 접근한 것같구나.
오늘도 아빠에게 통나무집이 완성되고 나면 그 꿈을 향해 마음을 다해보라는 격려를 받았단다.

그러니 너도 온몸으로 꿈을 꾸거라.
지금은 한 걸음 떼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한 걸음 떼고 넘어지는 아기처럼 굼떠보일지 몰라도 어느 순간 너의 그 꿈에 대한 열망은 걸음마를 떼고 성큼성큼 걷는 아이로 변모해 있을 거다.

남다른 꿈을 꾸기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는 말에서 희망을 본단다.
너의 꿈이 목마르지 않도록 콩나물 시루에 검은 천을 젖히고 늘 물을 주듯 매일 물을 주거라.

그러면 오둠 속에서조차 꿈은 살을 통통하게 채울 것이고 나침내는 노란 콩나물이 쑥쑥 자라있듯 그렇게 네 꿈도 자라서 현실이 될 것이다.

엄마도 우리 아들 5월 24일에 만날 생각을 하면 꿈만같단다.
꿈만 같아서 그런지 성큼성큼 닥아오진 않는구나.

오늘 하루도 멋지게 보냈을 아들 잘자거라.

2012년 5월 7일
산골 다락방에서 네가 언제나 우리 엄마라고 부르는 엄마가

[훈련병 편지5] 군 생활도 이와 같지 않을까.. [4]
[re] 그 절창을 기억하는구나.

  [훈련병 편지4] 남다른 꿈을 꾸기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는 게..  하늘마음  2012/06/02 909
   [re] "우리 엄마, 잘 살아"  하늘마음  2012/06/0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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