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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병 편지5] 군 생활도 이와 같지 않을까..
작성자: 하늘마음   등록일: 2012-06-04 18:35:14   조회: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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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지금 시간, 오전 11:05.
지금 막 성당 다녀와서 나눠준 초코파이 흡입하고 곧장 펜을 잡았어.

오늘은 원래 주임 신부님은 성지순례 가시고 다른 신부님이 미사 진행하셨어.
덕분에 모처럼 강론도 듣고 참 좋았어.

참고로 강론 주제는 ‘교회 역사’ 조금 읽다온 시오노 나나미의 책 <십자군 이야기>와 많은 부분이 겹쳐서 간만에 공부란 걸 해본 느낌이더라고.>>

*

<<벌써 5월 6일이야, 엄마. 믿겨져?
4월 17일에 입대해서 엄마, 아빠가 내 등 뒤로 멀어지던 발자국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귓가에 맴도는데, 언제 이렇게 흘러갔을까?

면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당연히 기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해.
훈련소 생활의 반이 흘러갔는데 난 입대 순간의 나와 얼마나 다른 내가 됐을까 하는 질문이 오늘 새벽 5:30에 불침번 서는데 갑자기 날 때리더라.

솔직히 크게 변하진 않은 거 같아.
여전히 나약하고, 여전히 걱정덩어리이며, 여전히 입만 살았어.
계속 날 궁지로 몰고, 한계까지 부딪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이 모양 이 꼴일 거야.

군 생활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해.
시간은 언제까지고 차고 넘치게 많이 남은 것처럼 느껴지겠지.
또 실제로 오라지게 시간은 안 갈 거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인가 상병, 병장이 되었을 거고 뭔가 나를 혁명하기에는 너무 늦어 있겠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훈련소 생활도 어느새 반이 지나 버렸잖아.
무엇 하나 변변한 성과 하나 내지 못한 채 말야.
그거야 말로 끔찍하지.
1년 9개월간의 헛고생이라니...>>

*

<<여기선 일주일에 한번씩 부모님께 효도편지를 써서 내야 하는데, 다른 애들은 상당히 곤란해들 하더라고..
안녕하셨어요? 잘 계시죠? 전 잘 있어요. 세 마디 쓰면 도무지 할 말이 없는데 대체 어쩌란 거냐고..^^

나랑은 참 다르지.
난 할 말이 너무 많아서 할 말을 가리고 가려서 쓰는데, 누구는 할 말이 없어 고민이라니.
참 여러 가정과 개인이 살아가는 다원화 사회임을 군대서 새삼 깨달아.

안녕.

5월 24일을 쉼없이 그리며...>>
2012년 5월 6일
****************

<<아빠,

저 상근 마다하고 현역왔다니까 애들이 통 믿질 않아서 통 괴로운 요즘이에요.
깔대기를 더 들이대야 되는데 아예 들어먹히질 않으니..

아빠는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아직도 아들 편지에 뭔 말을 써넣어줘야 하나 고심하고 계신가요?

어떤 명언을 구상하시기에 그리 고심을 하시는지는 소자 감히 예측하기 힘드오나, 이 속도라면 전역하기 전에 받기 힘들줄로
아뢰옵니다. ㅠㅠ

앞에 말씀드린대로, 여기 친구들은 제가 상근 때려치고 왔다는 걸 영 안 믿어요.
여기서 '상근'은 정말 축복받은 사람들만의 특권같은 걸로 생각되거든요.

전역증에도 '병장 만기 전역'이라고 뜨니까 후일 술자리에서도 꿀리지 않을 게 분명하다네요.
근데 전 이상하게도 상근 자리 때려 치운 게 후회되지가 않네요.

1년 9개월간의 인내와 인고의 세월과 부딪쳐 참아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으리라는 믿음이 아직 굳건하거든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아빤 5월 24일. 기다려지시나요?
전 정말이지 최소 수십 번은 첫 대면의 순간을 상상해 보곤 했는데, 아빠도 그러신가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여튼, 약속 드리건데 편지 자주 할게요.
아빠도 속도 좀 내세요. 화이팅!

2012년 5월 6일
5월 24일을 그리며 아들 올림

P.S ;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좋은 말이라며 외우려 하시던 모습이 불현듯 떠올라 추신해요.
        잘 암기하시고 꼭 마지막까지 살아남으시길... ^^ >>

송 상철 (2012-06-05 21:03:32)
끊임 없이 변하려는 모습을 보니 제가 만난 특별한 군인입니다. 그래서 참 기쁩니다 .아무쪼록 멋진 청년이 되시길 빕니다.
하늘마음 (2012-06-06 13:43:19)  
송상철님,

이제 시작하는 부족한, 덜익은 청춘입니다.
이제 하나하나 채워하고 숙성이 되겠지요.
그러다 보면 그도 나이값을 위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절도 돌아오고요.

그리움도 거름이 되리라 믿어요.
고맙습니다.

배 소피아
김선양 (2012-06-11 16:05:03)
선우군의 공간이 따로 있는걸 이제야 봤네요....
하여간 저는 광어눈이라니까요~~ㅋ

동기들에게 깔때기 무한히 들이대도 충분히 좋을 선우군.

훈련소 생활도 이제 거의 막바지 겠군요.

추위 피해 입소해서 참..다행이라 생각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이 땡볕에 훈련받을 생각하니 또한번 걱정이되네요.

뭐......위로가 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이 있지요.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잘도 간다...ㅋㅋㅋ

후딱 시간이 흘러서
무사히 멋지게 제대했으면 좋겠어요~~~~~
하늘마음 (2012-06-13 14:59:56)  
김선양님,..

아이고 제가 쫌 나발을 불 것을...
아시는 줄 알았지요..

자주 글 남겨주세요.ㅎ

훈련소는 졸업했어요.
지금 이등병..쫄병이지요.

이제 어른 글을 업해야 하는데 이거 잡사에 시달리느라 오늘 아들에게 편지도 못하고...ㅠㅠ

맞아요.
참으로 좋은 시절에 입소했어요.
복이지요.

추위에 떠는 것도 떠는 거지만
추위에 그리우면 더 을씨년스러울 것같아요.
고생도 물론이고요.

거꾸로 매달아도 안간다던데요.ㅠㅠ
휴가 갈 날만 손을 꼽고 있어요.
보고프네요.
이 코너에도 자주 마실오세요.

배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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