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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아들아, 살아보니 그렇더구나.
작성자: 하늘마음   등록일: 2012-06-25 03:03:55   조회: 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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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5일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노루의 비명소리가 집 뒤에서 어둠을 찢고 튀어나온다.
그것도 다락방에 오뚝하니 앉아 들으니 더 불안하다.

다락방에서는 바로 창밖 숲에서 날아드는 온갖 소리가 다 들리는데 신생아 솜털처럼 아주 섬세하게 들린다.

더군다나 이 야밤에 그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듣고 나니 괜시리 심장이 벌떡거린다.
목에 가시가 걸려서 꿱꿱대는 것 같기도 하고..아참, 노루가 생선 먹을 리는 없지..

여하튼 불에 데인 듯 화들짝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된다.
군대간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는데 노루의 괴성 때문에 정신줄을 놓고 멍하니 앞만 바라보았다.

그때 멀리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뻐꾸기 소리는 멀리서 들려와야 제 맛이고 그것도 모든 정적을 가라앉히는 것도 모자라 꾸꾹 누르는듯한 어둔 밤에 들려오니 그 어떤 감성도 녹여주기에 충분하다.

사실, 노루의 비명소리에 놀란 가슴 정도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
자연이 약손이니 난 한참을 그렇게 눈을 감고 앉아 귀기울이면 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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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살아보니 그렇더구나.
내가 이전에 경험한 모습을 지금 누군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아리하고, 영화 같아 다시 그 때를 돌아보게 되곤 하지.

그러면서 모기 똥만큼 내가 성숙되는 거라 봐.
내 지나온 모습을 지금 하고 있는 다른 이를 보면서 성숙된다는 말이 냉큼 이해가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말이야, 성숙이란 게 꼭이나 어떤 일에 대해 반성하고, 큰 일을 겪어야 그리되는 건 아니지.
비에도 장대비가 있고, 소나기가 있고 가랑비가 있고 는개처럼 안개비만도 못한 비가 있듯이 성숙도 가랑비에 옷젖는줄 모른다고 그렇게 작은 일상을 돌아보는 그 순간에 오는 찰라의 성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지.

작은 성숙은 그보다 더 작은 느낌들이 모여 그것을 이루고 그것이 어느날 점점 세력을 확장하여 큰 성숙의 자리를 차지하며 눈에 띄게 되는 거란다.

나의 지난 모습을 본다고 해서 다 가랑비 같은 성숙으로 연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란다.
그 모습을 보고도 그저 새 훈련병이 들어왔구나 식의 단순 확인 작업으로 끝나면 성숙에 이르지 못하는 거란다.

그런가 하면,  ‘나도 참 저런 모습이었지’ ‘내 부모도 저런 모습이셨었지’ 하면서 잠시 내 과거의 입소식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것, 그것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삶 자체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군대의 장점은 여러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끊임 없이 소통함으로써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는 점일 거라고 엄마도 생각해.

네가 군대의 큰 장점을 찾아내어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한 걸음 발전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대부분은 끼리끼리 모이기 마련이지.
업무라는 것을 사이에 두고 만나기도 하고 동호회, 학연, 지연 등...

그러나 군대처럼 무작위로 만나서 서로 잘 섞여 돌아가야 하는 일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신을 다독이며 생활해야 한다는 거야.

물론 군대에서도 개념없이 굴고, 튀는 아이가 분명 있을 거고 정나미가 떨어져 잠시 기운을 차리지 못하기도 할 거야.

그런 사람을 보면서 또 끊임없이 나를 비추어 보게 되지.
사회에서야 그런 아이 안보면 그만이지만 군대에서는 죽으나 사나 눈에 넣어야 하는 거지.

게다가 군대란 나만의 공간도 없이 늘 새둥지처럼 열려져 있어야 하는 것이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말이야.

모든 것이 처음에는 견딜 수 없고 생경하게 느껴지겠지만 곧 익숙해지는 거야.
그 익숙함은 그런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이해나는 고통이나 인내의 순서를 거쳐서 얻게 되는 것이지.

사람 각자 각자의 생각을 인정하는 것에 달인의 경지에 이를 때쯤 제대할 수 있을 거야.
물론 제대할 때까지 암껏도 모르고 전혀 딴판으로 혀만 차다 나오는 인생도 개중에는 있겠지.

그러니 아들아,
잘 하고 있지만 노파심에서 말하는 거다.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말고 늘 깨어있도록 하거라.

얼마 전에 읽은 김주영 작가의 <멸치>에 보면, 몰이꾼들이 눈에 뜨지도 않는데 짐승이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모슨 재주로 알아내느냐고, 동물의 습성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달구에게 몰아붙이지.

그때 달구가 이런 말을 해.
눈에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있는 것도 아니라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있는 것도 얼마든지 있다고.
오히려 눈을 감고 있으면 보이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하지.
그러면서 덧붙인단다.
열 길 물속은 보여도 한 길 사람 속은 안보인다는 바로 그 사람의 마음도 눈뜨고는 안보이지만, 눈 감고 있으면 환하게 들여다 보일 때가 있다고 말이다.

엄마는 이 말을 이렇게도 견주어 보았어.
어떤 단점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의 단점만을 조명하여 그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눈에 보이는 단점만이 그 사람의 다가 아니라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장점이 있다고 말이야.

사람의 마음도 한 발 물러서서 눈감고 예민한 촉각을 세워보면 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때가 있다고 말이야.

이제 막 군대라는 물에 발을 담근 네게 어려운 경지를 설명하는 것같지만 그 경지 또한 한번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고 늘 깨어 있다 보면 순간순간의 깨달음이 모여 그곳에 닿는다고 엄마는 믿는단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라도, 삽질 하나라도 배워서 1Cm라도 성장해 나오겠다는 말에 뭉클했단다.
네가 좋아하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그 말이 생각났어.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는 말.

너는 군대에서 엄마는 산골에서 그 말을 명심하며 이 귀한 시간을 살아보도록 하자.

이제 우리 아들에게 엄마도 배워야겠구나.
이제 우리는 부모자식 사이이면서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격려해주고 용기를 주는 삶의 동반자 사이가 되었구나.

그렇지.
둘러보면, 다 그것이 그 것 같고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정수리에 꽂히면 하루하루가 요술처럼 그렇게 무의미해 보이지.

그러나 ‘오늘은 어제보다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 거야.
아무리 단순, 반복적인 삶이라고 하는 군대라지만 그렇지 않단다.

그래, 그러니 우리 새 날이 밝으면 심장뛰는 하루를 살자꾸나.
사랑하는 아들의 군대살이가 섭섭지 않길 기도하마.

2012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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