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마음농장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김종삼의 시를 찾아서
하늘마음
[2016-11-18 20:47:16]
첨부파일 : 8959667064_1.jpg (5.8 KB) 다운로드받은 횟수 : 0
첨부파일 : 1_DSC08503.jpg (129.8 KB) 다운로드받은 횟수 : 0
IP :


<김종삼의 시를 찾아서>

이 가을에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작가를 알면 시가 더 깊숙이 다가와 앉고 옆에서 두런 두런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 책이 그렇다.

김종삼의 시를 읽으면 마음 구석진 곳에 숨어 있던 슬픔이 부시시 눈을 비비는 것 같다.
시인의 감성의 끝이 어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시에는 서리서리 슬픔과 외로움과 그늘, 습한 냄새가 공존한다.

천상병 시인은 김종삼 시인을 '말없던 침묵의 사나이'라고 했단다.
침묵 속에서 그는 자신의 그림자까지 시 속에 녹여 놓아 읽는 이로 하여금 '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김종삼 시인의 시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는 <장편(掌篇)2>이다.
그 시를 다시 쓰며 또 한번 청계천변을 떠올려 본다.


<장편2>
조선 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시에 잘 모르는 사람도 어떤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에서 쿵하는 소리를 경험했을 것이다.
굳이 내 감동을 말하지 않아도 거지 소녀가 앞 못보는 어버이를 이끌고와 당당히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는 모습에서 못가진 자의 쓸쓸함이 절로 묻어난다.

어린 소녀는 10전짜리 두 개를 손에 쥐었으면서 당당히 밥집으로 들어가지 못해 주인 영감이 거지취급하며 소리를 질렀던 모양이다.
그제서야 손바닥에 움켜 쥐었던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는 이야기가 녹아 있는 이 시를 처음에 읽고 얼마나 서성였는지 모른다.

이 하나의 시로 김종삼 시인이 어떤 시인이었을까 감잡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이 시를 때도 시도 없이 떠올리며 내 마음 속 찡한 촉이 녹슬지 않도록 단속했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 이숭원의 <김종삼의 시를 찾아서>였다.
눈이 확 뜨이는 반가움에 열람실에 가서 어둡도록 읽었다.
내가 산골의 내 터로 돌아가는 길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불영계곡 위에 떠있는 달 때문에 감정선이 더 울렁였다.

책 뒷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박혀 있다.
“김종삼은 평생 소외된 약자였고 삶의 변방에 서서 그늘을 노래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위의 한 줄이 충분히 시인을 설명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는 이제 이 침묵의 사나이가 남긴 시를 읽으며 폐허의 삶을 시와 음악으로 버텨온 한 사나이의 내면을 탐색하는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본문 5쪽)-

<장편2> 이외에 또 하나의 시 또한 섬세한 감정선이 그대로 드러난 시다.
<술래잡기>라는 시...



<술래잡기>

심청일 웃겨 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 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 후 심청은
눈 가리기 헝겊을 맨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 하던 애들은 안 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눈 먼 아버지와 사는 심청이를 웃겨 보려고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하자고 했겠지.
외로웠던 심청이는 오랜만에 애들과 재밌게 놀았겠지.
시인은 꿈속에서도 외로웠던 심청이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꿈속에서도 외로웠다고 표현했을까.
시인 또한 침묵의 삶 속에서 외로움이 화인처럼 박혔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술래가 된 심청이 눈 가리기 헝겊을 대어 보니 아버지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얼마나 이 어둔 세상을 사셨을까 싶어 심청은 한동안 서 있었다고 시인을 표현했다.

술래잡기 하던 애들은 금방 심청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눈가리개를 하고 서있는지 알아차리고 심청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고 시를 마무리했다.

친구란 그런 거다.
친구를 즐겁게 해주려고 시작한 술래잡기가 결과적으로 친구를 더 아프게 했다는 사실에 맘 아파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시다.

김종삼 시인은 동경 나고야 음악학원을 졸업했다고 한다.
남북분단으로 재산을 잃었으며 그것은 시인의 마음에 가뭄을 들게 하였고 말년에는 음주벽도 심해져 간경변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64세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시인에게 오로지 위안을 준 것은 음악과 시을 것이다.
그의 시 중에 <올페>라는 시는 그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늘 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를 되짚어보게 한다.



<올페>

햇살이 눈부신
어느 날 아침

하늘에 닿은 쇠사슬이
팽팽하였다

올라오라는 것이다.

친구여. 말해 다오.


이 시는 짧지만 강렬하게 와 닿는다.
하늘에 닿은 쇠사슬이 팽팽하였다는 것은 올라가기 쉬운 상태임을 암시하는듯하다.
팽팽해야 올라가는 사람이 쉬운 이치처럼...
‘올라오라는 것이다’라고 확신한 시인...
마지막 연에서 친구여. 그 뜻이 맞는지 말해 달라는 것으로 나는 읽었다.
아마 먼저 죽은 친구를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난 시를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감정선이 끊어지지 않고 식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어떤 시인의 시는 시집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달랑 한 편을 이해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 편도 이해못하는 것이 서러워 끼워맞춤의 이해를 구했던 시였다.
물론 나의 시를 이해하는 난이도가 떨어진다고 탓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두 번, 세 번을 읽어도 이해가 안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들이 읽고 서울에서 보낸 시집이라 시인소개를 보니 무슨 상, 무슨 상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읽고 나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그 시집에 쓰인 시를 어느 정도 이해했느냐고...
아들은 몇 편 못건졌다고 했다.
시는 이해를 넘어 감동을 일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여운까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나의 이해도에 채찍을 가한 날이기도 했다.



<엄마>

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행상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 가는 산 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 거랑 입을 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엄마가 장사를 할줄 모른다고 했으니 저물어 가는 산 허리에 나와 있는 아이들에게 줄 것이 없었나보다.
내일을 꿈꾸며 아이들과 부족한 집으로 돌아갔을 가족들의 그림자가 머리에 깔린다.

시 마지막 연에 ‘엄만 죽지 않는 계단’이란 표현이 시의 고명이라 생각된다.
엄마는 언제고 꾸역꾸역 역경을 넘어가야 하니 그렇게 표현했나 보다.

김종삼 시인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라는 시도 유명한데 여기에는 시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은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 시인이 말하는 시인을 우린 지금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까 잠시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어머니>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 아들 넷을 낳았다
그것들 때문에 모진 고생만 하다가
죽었다 아우는 비명에 죽었고
형은 64세 때 죽었다
나는 불치의 지병으로 여러 번 중태에 빠지곤 했다
나는 속으로 치열하게 외친다
부인터 공동 묘지를 향하여
어머니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세상에 남길 만한
몇 줄의 글이라도 쓰고 죽는다고
그러나
아직도 못 썼다고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




이 시는 병고에 시달리며 몇 차례 자실기도까지 벌인 마지막 단계에 쓴 시라고 이숭원 작가는 소개하고 있다.
동생에 대한 절절함을 <운동장>이라는 시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시인은 이 시에서 ‘세상에 남길 만한 몇 줄의 글을 아직도 못 썼다’고 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충분히 촉촉한 마음을 선물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필 이 밤에 이 책을 소개하게 되어 마음이 축축한지 모르겠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하나 사야 겠다 다짐하는 밤이다.
은행장
11.21. 01:44  
애고...
하늘마음
12.13. 01:30  
은행장님...
이 책 또 읽고 싶어지네요.
시가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 속에 시인의 삶이 보이고 마음의 뜰도 보이고 그렇더라구요.

배 소피아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정여울
하늘마음 :: 이름
18.01.27 :: 날짜
437 :: 조회
정여울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편이다. 다라고 할 수 없겠지만 거의는 ... 그래서 신작이 나왔나 인터넷서점을 두리번 ...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508]
하늘마음 :: 이름
17.04.28 :: 날짜
7561 :: 조회
"책은 숲이야.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 곁에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 고즈넉한 풍경을...
화가의 마지막 그림
하늘마음 :: 이름
17.02.20 :: 날짜
1250 :: 조회
우선 이 말 먼저 하고 싶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화가가 마지막에 어떤 그림을 남겼는지 이전에 화가의 삶...
 
김종삼의 시를 찾아서 [2]
하늘마음 :: 이름
16.11.18 :: 날짜
1741 :: 조회
이 가을에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작가를 알면 시가 더 깊숙이 다가와 앉고 옆에서 두런 두런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2812]
하늘마음 :: 이름
16.11.11 :: 날짜
12557 :: 조회
귀농하고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여간 행운이 아니다. 어떤 장소에서 책을 읽느냐가 이렇게 중요할줄 몰랐다. 귀...
 
산에서 살다 [2]
하늘마음 :: 이름
16.10.24 :: 날짜
1197 :: 조회
책을 사서 책장을 넘길 때의 설레임이란... 이 책의 첫장을 열며 이런 글이 짧게 나열되어 있다. "만약 이 세상...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 [2]
하늘마음 :: 이름
16.05.12 :: 날짜
1814 :: 조회
"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
 
미움받을 용기
하늘마음 :: 이름
16.04.19 :: 날짜
1365 :: 조회
후기를 쓰기 전에 부록부터 말하려고 한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책과 스승이 되도록 하는 것이 내 지상 과제였다. ...
비둘기
하늘마음 :: 이름
16.02.28 :: 날짜
1371 :: 조회
라는 책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이 방학을 하면서 싸보내 내려온 짐 속에 들어 있었다.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
 
침묵 예찬
하늘마음 :: 이름
15.11.20 :: 날짜
1696 :: 조회
난 '자기PR시대'라는 말을 수시로 들으며 지낸 세대다. 그러니까 틈만 나면 자신을 포장하느라 바빠야 하고, 남이 모를새라 ...
딸에게 주는 레시피 [4]
하늘마음 :: 이름
15.10.19 :: 날짜
1928 :: 조회
이 책은 얼굴 한번 못본 분이 선물로 보내준 책이다. 내가 이 책 좋아할 거라며 출판되자마자 책을 사서 보내주었다. ...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하늘마음 :: 이름
15.10.14 :: 날짜
1448 :: 조회
박범신 작가가 글을 쓰고 딸인 박아름이 그림을 그린 책이다. 절필을 선언했던 지난 1993년에 그는 용인의 아담한 터전...
헤세로 가는 길
하늘마음 :: 이름
15.09.29 :: 날짜
1743 :: 조회
요즘  헤세 글을 많이 읽고 있다. 그리고 헤세 관련 글도 많이 읽고 있다. 한 작가의 책을 이렇게 ...
 
정원 일의 즐거움
하늘마음 :: 이름
15.09.27 :: 날짜
1009 :: 조회
9월은 교육다니느라 개복숭아 판매하느라 어려 가지 일이 겹쳐서 정신이 더 없었다. 그 와중에도 책은 읽었으나 정...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2]
하늘마음 :: 이름
15.08.25 :: 날짜
1574 :: 조회
“이 책은 작가 최인호가 생전에 법정 스님의 3주기와 4주기에 맞추어 출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건강상의 문제...
 
그래도 괜찮은 하루
하늘마음 :: 이름
15.08.22 :: 날짜
1380 :: 조회
라는 책의 후기를 예전에 올렸었다. 설레다라는 작가가 쓴 책인데 포스트잇 한 장에 감성메모와 그림을 그려 전달하는 ...
한 말씀만 하소서 [2]
하늘마음 :: 이름
15.08.17 :: 날짜
1133 :: 조회
그저 이야기로만 들었었다. 박완서님께서 암투병중이든 남편을 잃은지 3개월만에 외아들을 읽었다고... 그 고통이 얼마나 ...
 
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 [4]
하늘마음 :: 이름
15.08.01 :: 날짜
1184 :: 조회
자빠지는 제목을 자져서 눈에 확 들어왔지만 그 전에 이 책을 읽고 싶어 손가락을 꼼지락거린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책을 '...
1 [2][3][4][5][6][7][8][9][10]..[31] 다음글
  당신은 2002년 2월 이후 째 방문자 입니다.    산골남주인에게 메일보내기산골여주인에게 메일보내기    

Copyright 2002. www.skyheart.co.kr 하늘마음농장 대표 박찬득 핸드폰 : 010-6656-3326
사업자번호 : 507-03-42837 통신판매업 : 제울05-통075 개인정보책임자 : 배동분
주소 : 경북 울진군 서면 쌍전리 364 연락처 : 054-783-3326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