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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하늘마음
[2012-05-09 0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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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작가에 대해 작가의 성향이나 문학적 색깔 등에 대해 판에 박듯이 언급하는 것을 싫어한다.
예를 들면, 그 시가 읽는 사람에게는 노동운동이나 정치적 성향 등이 아니고 그저 시를 읽은 사람이 느끼는 대로 시가 밥이 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시나 어떤 작품을 배우게 되면 이건 이런 뜻이고, 이건 무엇을 나타내고 하면서 죽으라 외운다.

작가는 어떤 성향의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든지..하는 판에 박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검색엔진이나 인터넷 서점 등에서 작가에 대한 평을 하는 것을 읽으면 그것에 따라 시를 평가하게 된다.

혹시 이건 이런 뜻으로 쓴 것은 아닐까 하는 것에 너무 치중하게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래서 되도록 작가에 대한 판에 박힌 평을 안보려고 한다.
황지우 시인의 시는 시집을 통해서 보다는 다른 책에서 언급된 것에 감동한 것이 더 많다.

시집을 읽을 때는 ‘아, 좋구나’ 정도였던 시도 다른 사람의 책에서 언급된 부분은 왜그렇게 더 섬세하게 피부속으로 스며드는지...
사람 마음 참 요상하다.

황지우 시인의 시는 더 그랬던 것같다.
그래서 시집을 꺼내서 다른 작품을 읽으면 전자에서 발견되었을 때보다 또 감동이 떨어졌었던 기억이 남는다.

나만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난 다른 작가의 책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면 너무 기분이 좋다.
그렇게 해서 먹이사슬)(?)처름 책 속에 소개된 책을 줄줄이 사서 보는 일이 흔하다.

또 그렇게 해서 얻은 책이 나를 실망시킨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앞으로도 죽 그렇게 할 것같다.

서론이 길었다.
시간이 없다보니 한 편 읽고 두고, 또 한 편 읽고 두고...

이 시집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한문이 나오는 것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만 한문 옆에 한글로 적어주면 중고등학생들도 못알아 먹는 한자가 있을 수 있으니 스스로 뜻도 찾아보고 시를 음미할 수 있을텐데 전혀 그런 배려가 없다는 점이다.

황지우 시인의 좋은 시 최소한 하나 둘은 알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시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그런 점이 아주 마음에 걸렸고 그 마음은 시집을 다 끝내고 덮을 때에도 계속 되었다.

이제 그만 흥분하고 본문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읽으면서
“햐...."
"햐..." 감탄을 했던 시 몇 편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팝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같은 소리--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그 꽃그늘 받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 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장사 가는 벚꽃길;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 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금만 더 머물다 가자



산골에도 산벚꽃이 있지만 집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고, 개울가에 붙어서 있는 큰 나무라서 아이들이 무지 아쉬워한다.

가까이 있으면 그 아래, 즉 벚꽃잎 날리는 그 아래에서 책을 읽고 싶단다.

그 밖에는 산복숭아 나무가 여러 그루있는데 복사꽃잎이 흩날릴 때는 아이들이 감탄을 하곤 했다.

이 시에서도 시인은 그런 감정이 아니었을까.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잡사에 그만 시달리고 꽃잎 흩날리는 곳에서 잠시 세상을 내려놓고 그 광경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하튼 이른 봄에 꽃망울이 막 터질 때 정말 팝콘 터지듯 한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귀농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처럼 느꼈을까 의심스럽다.





<<等雨量線 1>>

1
나는 폭포의 삶을 살았다, 고는 말할 수 없지만
폭포 주위로 날아다니는 물방울처럼 살 수는 없었을까
쏟아지는 힘을 비켜갈 때 방울을 떠 있게 하는 무지개;
떠 있을 수만 있다면 空을 붙든 膜이 저리도록 이쁜 것을

나 나가요, 여자가 문을 쾅 닫고 나간다.
아냐, 이 방엔 너의 숨소리가 있어야 해.
남자가 한참 뒤에 중얼거린다.

2
이력서를 집어넣고 돌아오는 길 위에 잠시 서서
나는, 세상이 나를 안받아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파트 실평수처럼 늘 초과해 있는 내 삶의 덩어리를
정육점 저울 같은 걸로 잴 수는 없을까.
나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아이들이 마구 자라
수위가 바로 코밑에까지 올라와 있는 생활;
나는 언제나 한계에 있었고
내 자신이 한계이다.
아디엔가 나도 모르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은 뻔히 알면서도 차마 내 앞에선 말하지 않는
불구가 내겐 있었던 거다.
커피 숍에 앉아, 기다리게 하는 사람에 지쳐 있을 때
바깥을 보니, 여기가 너무 비좁다.

3
여기가 너무 비좁다고 느껴질 때마다
인도에 대해 생각한다.
시체를 태우는 갠지스 강;
물위 그림자 큰 새가
피안을 끌고 가는 것을 보고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기절해 쓰러져 버린 인도 청년에 대해 생각한다.
여기가 비좁다고 느껴질 때마다
히말라야 근처에까지 갔다가
산그늘이 잡아당기면 딸려들어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여행자에 대해 생각한다.




“....이력서를 집어넣고 돌아오는 길 위에 잠시 서서
나는, 세상이 나를 안받아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는 대목에서 요즘 청춘들이 생각났다.

얼마나 이력서를 넣고 실망하고 또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 또 펜에 젖먹던 힘까지 쏟아부어 이력서에 구멍이 나도록 힘주어 자신을 표현할까...하는 생각이...


<<신 벗고 들어가는 그곳>>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린 독신녀,
그곳에 가보면 틀림없이 베란다에
그녀의 신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한강에 뛰어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시멘트 바닥이든 시커먼 물이든
왜 사람들은 뛰어들기 전에
자신이 신었던 것을 가지런하게 놓고 갈까?
댓돌 위에 신발을 짝 맞게 정돈하고 방에 들어가,
임산부도 아이 낳으러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정돈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뛰어내린 곳에 있는 신발은
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은 영원히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그 방향 이쪽에 그녀가 기른 熱帶魚들이
한번의 삶이 있을 따름이다

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잘못 든 길들이 있었는가
가서는 안되었던 곳,
가고 싶었지만 끝내 들지 못했던 곳들;
말을 듣지 않는, 혼자 사는 애인 집 앞에서 서성이다
침침한 밤길을 돌아오던 날들처럼
헛된 것만을 밟은 실발을 벗고
돌아보면, 생을 ‘쇼부’칠 수 있는 기회는 꼭 이번만은 아니다



임산부들이 아이를 낳으러 들어가면 과연 이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돌아본다질 않은가.
그런 마음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라고 하듯이 그렇게 신발을 정리하는 것은 아닌지...

나 역시 선우, 주현이를 낳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제를 맞기 전에 침대로 올라가면서 그렇게 병원 바닥에 놓인 내 신발을 쳐다 보았었다.

‘무사히 이 신발을 신었으면....’하는 마음 간절했었다.
이 시를 읽으며 이런 저런 삶을 생각해 본다.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짧은 시 한 편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 역시 저물면서 나이값도 하고 그만큼의 아우라가 조금이라도 빛났으면...하는 바램이 자꾸 생긴다.

이제 그만 시를 소개해야겠다.
시집 안팔릴라....

씹을수록 단맛과 독특한 향이 나오는 칡뿌리처럼 황지우 시인의 시는 그런 것같다.
어느 날은 이런 뜻인 것같고, 어떤 날은 저런 뜻인 것같고, 어느 날은 내게 이렇게 조언을 하는 것같고, 어떤 날은 저렇게 충고를 하는 것같다.

새벽이다.
오늘은 나무를 심느라 땅을 꾹꾹 밟는 일을 많이 했는데 왜 허리가 아픈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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