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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하였네
하늘마음
[2012-05-28 0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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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하였네>라는 커다란 제목 옆에 ‘시가 된 나무, 나무가 된 시’라는 소제목이 껌처럼 붙어있다.

그것만 봐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감잡기에 어렵지 않았다.
시인은 시를 노래하고, 나무칼럼리스트 고규홍은 나무를 찾아 떠났던 여행이야기와 그 시에 관련된 나무를 이야기, 시의 느낌 이야기를 덧붙인 책이다.


<나무가 말하였네>
                  --강은교--

나무가 말하였네

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
(본문 16쪽)




사실 시는 누군가의 느낌이나 해설이 붙어 있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책의 경우는 시가 한 편 나오면 고규홍님의 느낌이나 해설이 옆에 같이 나오는 식이다.
그리고 그 시에 등장하는 나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나의 경우는 시에 등장하는 나무를 읽다보니 내가 모르고 있던 나무의 생김새와 특징 등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무 1>
        --지리산에서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본문18쪽)



난 나무에 관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고, 시린 시가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
나무는 인간에게 늘 교훈을 주고 앞서나가며 삶의 모범을 주는 나무라서 읽고 또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소식>
     -이성선-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본문 38쪽)


나무가 곁에 사는 사람에게만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니고 시인의 온갖 더듬이에게 걸려들어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시를 쓰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무는 하다못해 제 몸을 태우면서까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다.
나무타는 냄새가 바로 그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타고 나서 재가 된 모습으로도 우리네 삶을 반추해 볼 수 있으니 대단하고 대견하다.

<나무 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푸른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본문 122쪽)



나이에 관한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는 시인
어디 나이뿐인지...

무소유가 어떤 모습인지도, 과욕이 어떤 모습인지도 모두 내게 보여주며 나를 단련시키지만
귀소래가 막혀 알아먹지 못했고, 눈이 침침해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이제 다시 시를 읽으며 나무를, 나의 스승 나무에 대해 되새김질을 하고자 한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제임수
03.22. 05:2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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