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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하늘마음
[2012-06-14 17: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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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들 선우가 서울의 학교 기숙사에서 가져온 책이다.
군대를 가야 하므로 기숙사방을 빼고 짐을 택배로 보내왔었다.

여러 차례에 나누어 커다란 택배박스가 산골에 도착했는데 그 중 제일 많은 부피를 차지한 것 중 하나는 책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도 많이 읽었다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책은 사서 읽었다고 하기에 정말 잘했다고 했었다.

그 중 하나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었고 아들은 엄마도 한번 읽어보라며 권했다.
일단 작가소개를 읽기 위해 책의 날개를 펼치고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다섯번의 자살끝에 결국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생을 접었다는 사실이었다.
얼마나 삶의 무게를 느꼈으면 다섯번이나 시도를 했을까.
그리하여 마지막에 실수(?) 없이 삶을 접었을까 하는 생각이 사실 책 내용의 궁금증보다 더 궁금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은 명언 맞다.
감흥이 없었다기 보다는 엄청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그즈음 다른 책에 빠져 있었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읽었다.
이제 다시 읽으니 지난번에 찾아내지 못한 정곡을 찌르는 삶의 명대사들이 달려들었다.

이래서 아들 선우가 강추했구나...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 정도로...
다시 읽으니 그냥 모든 인간들의 마음 속 갈등을 대신 아프도록 작가가 겪었구나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러다 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시인듯, 경구인듯, 나의 혼잣말인듯 다가왔다.

부유한 집안의 11남매 중 10번째로 태어났고, 집안이 신흥 졸부라는 사실때문에 평생 부끄러워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입에 풀칠도 못할 정도로 못가진 자들도 많았던 시대에 자신의 그런 풍요로움 대한 죄의식을 평생 떠안고 살았던 오사무.

유복한 집안에, 공부를 잘했지만 스스로 세상에 적응을 하고, 헤쳐나가는 능력은 부족했기 때문에 스스로의 돌파구를 스스로 찾지 못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술과 여자로 어찌 어찌 넘어가다 끝내는 죽음으로 자신의 무능력함을 끝내렸던 갈등과 괴로움이 주인공 요조를 내세워 다 드러내고 있다.

세 장의 사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고 세 편의 수기로 소설이 이루어져 있다.

"정말이지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섬뜩하고 으스스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애탕초 그건 웃는 얼굴이 아니다.
이 아이는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 중거로 아이는 양손을 꽉 쥐고 서 있다.
사람이란 주먹을 꽉 쥔 채 웃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원숭이다. 웃고 있는 원숭이다. ..."(본문 10쪽)

웃고 있지만 그 그늘 다 드러나 보이는 웃음을 간혹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정말 오싹해지곤 하는데 아마 그 상황을 작가는 위와 같이 명료하게 표현했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이지 자주 참 행운아다,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본문 16쪽)

어쩌면 주인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한 것같다.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고, 자신 혼자만 별난 놈인 것같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순수함으로 인해 자신을 그렇게 위장하며 세상을 향해 어떻게든 나아가 보려고 했던 것으로 느꼈다.
그러니 세상이 어디 그런 사람에게 관대했을까.

"저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 사자보다도, 악어보다도, 용보다도 더 끔찍한 동물의 본성을 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본성을 숨기고 있다가 어떤 순간에, 예컨대 소가 풀밭에서 느긋하게 잠자고 있다가 갑자기 꼬리로 배에 앉은 쇠등에를 탁 쳐서 죽이듯이, 갑자기 무시무시한 정체를 노여움이라는 형태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 저는 언제나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본문 19쪽)

작가는 이어서 고백한다.
이와 같은 동물의 본성이 인간이 되는데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 절망감을 감추지 못한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으니...

술과 담배, 여자...
끊임없는 자살...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끊임없는 괴로움 등이 그렇듯 오사무의 등을 떠밀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한 문장이 어쩌면 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본문 92쪽)

이 책 한 권 중에 작가의 심리상태나,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대목 중 이만한 것은 없지 싶다.

"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또 인간으로서의 제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고뇌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본문 19쪽)

끊임없이 자신을 위장하며 살아야 했던 요조.

"어쨌뜬 인간들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 돼. 나는 무야. 바람이야. 텅 비었어. 그런 생각만이 강해져서 저는 익살로 가족을 웃겼고, 또 가족보다 더 불가의하고 무시무시한 머슴이랑 하녀들한테까지도 필사적으로 익살 서비스를 했던 것입니다.."(본문 19쪽)

"'음지의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비참한 패자, 또는 악덕한 자를 지칭하는 말 같습니다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음지의 존재였던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한 놈으로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 되곤 했습니다..."(본문 51쪽)

자신의 글에서처럼 행복마저도 두려워 하고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겁쟁이로 살았던 오사무.

그러나 이렇게 세상에 호소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아, 저에게 냉철한 의지를 주소서.
'인간'의 본질을 알게 해주소서.
사람이 사람을 밀쳐내도 죄가 되지 않는 건가요.
저에게 화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본문 90쪽)

오자무는 자신의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같다.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권하는데 거절하면 상대방 마음에도 제 마음에도 영원히 치유할 길 없는 생생한 금이 갈 것같은 공포에 위협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라고...

너무 마음이 아파왔다.

이 책은 아들이 권해서 읽었고 아들 선우가 권할 때는 우리 엄마가 넘어갈 거야 라는 확신이 숨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해서 기대를 엄청했는데 사실 비슷한 시기에 읽던 책과 동떨어져 그랬는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거다. 전혀 와닿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고...

요즘들어 다시 책을 잡았다.
'이 책 뭔가 숨어 있어.  내가 눈이 나빠 발견하지 못한 거야'

다시 읽으니 다 보인다.
하나하나가 다 보인다.

어쩌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혼잣말처럼 하고 싶은 말이 여기 다 모인듯...
그런 것들이 어항처럼 투명하게 다 보인다.

그는 확실히 적었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본문 131쪽)

과연 이런 마음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스스로 인간이라고 , 완벽한 인간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처음에 말했듯이 어쩌면 오사무가 너무 순수한 사람이었던 까닭에 많은 부분이 얹혀 돌아간 삶을 산 것은 아닌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 그리고 이 책 끝에는 껌처럼 붙어 있는 단편이 하나 있다.
<직소>라는...

이 단편은  예수를 팔아 넘긴 가롯 유다의 배반에 이야기인데 다자이 자신이 조명한 예수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다.
내가 줄친 부분 중 하나...

"쓸쓸할 때 쓸쓸한 얼굴을 하는 것은 위선자가 하는 짓일세. 쓸쓸하다는 것을 남이 알아줬으면 하고 일부러 표정을 꾸미는 것일 뿐이야.
진실로 신을 믿는다면 자네는 쓸쓸할 때에도 내색하지 말고 얼굴을 깨끗이 씻ㄱ 머리에는 기름을 바르고 미소 짓도록 하게.
이해 못하겠나.
쓸쓸한 것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어딘가 눈에 안 보이는 곳에 계시는 자네의 진정한 아버지가 알아주신다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렇지 않은가.
쓸쓸함은 누구한테나 있는 거라네."(본문 144쪽)

군대간 아들에게 다시 읽었는데 정말 감동이었다고 편지에 써야겠다.
그러면 씩 웃을 것이다.

혹여 안읽으셨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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