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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하늘마음
[2012-06-19 12: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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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올리기 전에 재미난 얘기 하나.
아들이 군대가기 전에 컴에 앉아서 책 주문을 하기에 거기다 대고
“엄마 멸치도 주문해 줘”했다.

거실에 있던 초보농사꾼이 그 말을 듣고
“어? 선우엄마 지난번 남해에 갔을 때 멸치 선물받았지 않나?” 한다.ㅋㅋㅋ

나는 책을 말한 거였는데 멸치를 주문하는줄 안 모양이다.
우리집 초보농사꾼은 꼼꼼한 성격도 아닌데 그 날은 그리 꼼꼼을 떨다 온 식구를 웃겨주었다. 끝~~~

울진에는 ‘김주영 작가 팬클럽’이 있다.
그곳에서 <멸치>를 읽고 토론을 하기로 했다.

만나는 날짜와 시간, 장소를 회원들에게 다 알려주고, 마지막 약속시간이 닥아오면 참석 여부를 다 물어야 하고, 연락이 그래도 안오는 회원에게는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한다.

일단 참석 여부를 알아야 식당에 예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너무 바쁜 시기라서 사실 회원에게 전화하는 일도 여유롭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전에 읽었던 책인데 생각이 뚜렷하지 않으니 다시 읽어야 하고...
그리하여 밤을 새며 <멸치>를 다시 읽었다.

지난 번에는 <홍어>를 읽고 회원들끼리 토론을 하였는데 서로 같은 책을 읽고 느낌이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같은 것을 보고 사람마다 달리 판단하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여하튼 <멸치> 역시 부모 중 한 사람의 부재를 다루고 있다.
<홍어>에서는 아버지의 부재였다면, 이 책 <멸치>에서는 엄마가 집을 나간다.

집 나간 엄마 대신에 주인공 대섭이의 마음을 그나마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사람은 외삼촌이다.

말이 외삼촌이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런 관계다.
그러니까 대섭이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외할아버지가 재취로 삼았던 여인 손에 끌려서 데리고 온 아이가 외삼촌 달구였다니 피가 하나도 안섞인 것 맞다.

집나간 엄마에 대한 미움이 싹트기 시작한 소년은 그나마 외삼촌이나마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관계로 그럭저럭 세월을 엮어간다.

아버지는 자신의 집나간 아내와 아이 외삼촌의 관계를 의심하기 때문에 달구를 아주 싫어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남매의 사랑같은데 보는 눈에 따라서는 그런가 보다.

달구 역시 사람들에게 사람대접받는 입장이 아니었던 터에 피는 안섞였어도 누나가 참 좋지 않았을까 하며 달구의 입장을 편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나의 힘든 일을 앞장서서 해 준 것이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하는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같진 않다.

여하튼 주인공 대섭은 아버지가 자신을 두고 엄마처럼 홀연히 집을 나갈까 두려워 한다.

나도 자식키워 봐서 알지만 아이들은 오로지 엄마, 아빠에 의지해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엄마가 슬퍼하면 함께 온전히 슬퍼하고 엄마가 기뻐하면 함께 널을 뛴다.

아버지가 엄마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기쁨과 슬픔이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부모에 따라 아이는 온전히 휘둘린다고 보면 된다.
그 점을 우리네 부모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아이를 돌볼 일이라고 난 생각한다.

“내게 있어 아버지라는 명사에 묻어있는 상념은 불안감이었다.
어머니처럼 어느 날 문득 내 곁을 속절없이 떠나 버릴 것같은 매몰참이 아버지의 표정에서도 떠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본문 23쪽)

<홍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마작에 몰두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자신의 부족함을 이런 노름으로 만회하고 잊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 노름은 가족간의 정도 싸늘하게 만드는 특성이 다분한가보다.

“시골 마을에는 태생적인 쓸쓸함과 침묵이 있다.”(본문 69쪽)
맞다.
시골만큼 묵직한 침묵이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그런 침묵이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나를 뒤질 수 있는 것...
침묵이 없다면 아마도 평생 남의 속만 뒤지려 했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헛된 일인지 알기에 침묵과 동의어인 시골이 좋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다보면 한 문장이 콕 박히는 경우가 있다.
콕힌다는 것은 그것이 마음 안으로 들어와 철학이 되고, 가치관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는 말이다.

이 문장도 그랬다.

“눈에 보인다고 캐서 반드시 있는 것도 아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있는 것도 얼마든지 있습니더. 오히려 눈을 감고 있으면 보이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더. 열 길 물 속은 보여도 한 길 사람 속은 안 보인다는 바로 그 사람의 마음도 눈뜨고는 안 보이지만, 눈 감고 있으면 환하게 들여다 보일 때가 있습니더.”(본문 203쪽)

몰이꾼들이 눈을 감도고 짐승들이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다 안다는 외삼촌에게 한 말이다.

읽은 사람마다 다 감동이 다르겠지만 난 <홍어>같은 글이 좋다.
<멸치>는 우선 외삼촌과 대섭이 엄마의 관계에 대해 애매한 장면이 있다.

대섭이랑 외삼촌이 아버지의 여자가 사는 집에 갔을 때 두 여자를 등장시키는데 한 여자는 아버지의 새 여자인 것같은데 한 여자는 뚜렷한 암시도 못찾았다.

“방 한 가운데 앉아 있는 두 여자의 모습이 구멍이 숭숭 뚫린 창호지의 안쪽에서 어른거렸다.
그녀를 포함해 나이가 손위인 듯한 또 다른 여자가 마주 보고 앉아 바느질에 몰두하고 있었다...“(본문 174쪽)

내가 둔해서일 수도 있지만 몇 번을 그 근처를 이 잡듯이 읽어도 ....
그리고 한 부분은 끝부분이다.

난데없이 바다에 사는 멸치 떼를 등장시키는데 물론 당연히 작가의 나름의 암시나 제시하고자 한 것이 있었겠지만 그 부분이 아무리 읽어도 나에게만큼은 의문으로 남는다.

몸속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멸치떼라면 혹여 이제는 주인공 대섭이가 혼자서도 우뚝 설 수 있는 투명한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둘러대기도 해보며 나름의 마무리를 하였다.

이 책에서도 김주영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였기 때문에 어떤 문장들은 하나의 시가 되어 오래도록 입가를 맴돌았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친구
06.25. 11:10 삭제
멸치는 아주 오래 전에 봤었지요..홍어 도요..
며칠 전 추천 해 주신 "빈집"을 도서관에서 대여 읽고 오늘 반납을 했드랬죠..
역시나 요즘 말로 결손가정..ㅋㅋ

거의 모든(?) 작품에서 작가(마다)의 출신 성분(?)이 투영이 되는 것 보면 참 재밌어요..

오늘은 백석을 만나다(이숭원 지음)ㅣ 백석시 전편 해설..
인생사용설명서 (김홍신) ...대여 했어요..
하늘마음
06.26. 03:30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멸치>를 읽으셨군요.
<빈집>도 그렇고 부모의 부재가 계속 눈에 들어오지요.
맞아요.

아버지에 대한 부재가 작가의 경험이었기 때문에
더러는 엄마의 부재로, 아버지의 부재로 계속 그려지는 것같아요.

와우, 백석 시 ..
저도 무지 좋아해요.
반가웁네요.

많이 게시판에도 소개해주세요.
다시 감동받게요.

배 소피아
이희옥
12.21. 08:5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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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 삭제 비밀번호는 1234번 입니다...
수고하세요!!
제임수
03.16. 08:5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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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x
04.04. 10:09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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