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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하늘마음
[2012-09-01 0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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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제목 없이 단상들로 엮인 책을 좋아한다.
아이들 덕분에 요즘 시집을 많이 산다.

특히 아들 선우가 면회나왔다가 들어가면서 책을 몇 권씩 가지고 들어가는데 그때를 위해 미리 내게 사두라는 주문을 한다.
사실 아이들에게 시를 많이 접하게 해준 것은 어려서부터이다.

초등 저학년 때, 아침에 밥을 먹을 때 옆에서 동시를 읽어주었다.
반찬처럼 동시를 올려주면 잘 받아먹었다.

학교에 늦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날도 저녁이면 동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역시 자기가 읽는 것보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은 더 상상력의 귀를 밝게 해준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래서 난 젊은 엄마들에게 부탁한다.
아이들이 글을 다 읽을줄 안다 하더라도 자주 읽어주라고...

감동과 상상력이 무궁무진한 거라고...

여하튼 이 책 역시 애들 덕분에 내가 호강하는 책이다.


<아마추어인 우리들은 시를 갈구하지만, 시로서는 엄격하게 우리들의 간을 요구한다. 하여, 사춘기의 소년들이 시의 독가스를 쐬고 유태인처럼 죽어간다.>(본문 7쪽)


<여태껏 우리 시대만큼 물질이 정신에게 치명타를 준 적은 없다.
물질과 정신을 서로 싸우게 만든 책임까지 우리 시대에 돌아올지 모른다.
물질의 근본 속성은 평등이다. 우리는 서로 동등해지려 하면서 물질화된다.
신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이 물질의 잠을 거부하고 상징의 숲으로 잠적하고 싶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본문 8쪽)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늪으로, 사막으로 내보내 죽음의 거머리와 하이에나에게 물어뜯기게 하는 것이다.>(본문 17쪽)

그래서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가보다...

<쓴다는 것은 불행히도 '잠깐 동안만 어린이나 미치광이가 되는 것이다.>(본문 40쪽)

시집은 밭으로 일하러 갈 때 바구니에 자주 담아간다.
한쪽의 시를 읽으면 몇 골의 밭의 풀을 매고 오는 동안 묵상하기에 딱이다.

이 책 역시 한 줄 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사유하게 만든다.

<사과가 썩은 것은 사과잘못이 아니다.>(본문 119쪽)

<정신의 싸움은 육체를 쑥밭으로 만들지만, 육체의 싸움은 정신을 투명하게 만든다.>(본문 92쪽)

군대간 아들이 형광펜으로 줄을 친 부분이다.
아들을 만난듯 다시 읽고 다시 읽는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이 단상에 줄을 쳤을까 이해가 간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신의 싸움은 아주 사람을 버린다는 것을...
육체적인 힘을 쓰는 농사 일은 사람이 정신을 상큼하게 한다는 것을....

<나는 너에게 관계된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나는 너다.>(본문 158쪽)

딸아이는 시를 좋아하고, 시를 잘쓴다.
시를 쓰면서 자기를 닦는다고 했다.

다 컸다.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

얼마 전에도 엄마가 옛날에 자기 어려서 밥먹을 때 동시를 읽어준 일을 말했다.
그때 좋았다고...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뿌듯하다.
앞으로의 시대는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확신만이 내가 제대로 살 수 있는 가능성의 지표가 된다.>(본문 230쪽)

<뗏장처럼 눈 쌓인 산 속에서는 소리를 질러서는 안 된다고 한다.
조그만 소리에도 산 속의 균형이 깨어져 눈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처럼 삶은 위험한 것이다.
아무도 큰 소리로 괴로워해서는 안된다.>
(본문 247쪽)

이 달은 손님들도 인해 정신이 없는 한 달 이었다.
거기다가 다른 일들까지 겹쳐서 책을 읽고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정리라는 것은 그저 이렇게 이렇게 느꼈다고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한전 다 읽을 책을 뒤적이며
읽을 때의 경탄을 찾아내며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작업이라 몇 권의 책이 정리되지 않고 앉아 있다.

그것을 9월로 넘겨야겠다.
8월의 할 일이 이월되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김성진
09.05. 11:53 삭제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 있는데
풀벌레 소리 온 천지 가득 하다.
무릇 존재 하는 모든 것은 흘러 가고 변화 한다.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는 사람 에게
"정신 차려서 빠져 나오라"고 조언 하는 사람들............
노동일을 하며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 가는 사람 에게
" 건강을 헤치기 쉬우니 가끔씩 휴식을 취하라"고 권유 하는 사람들........
"남자가 결혼 할때 음식솜씨가 좋은 여자를 만나면 평생이 행복 하다"라고
인물 보다는 음식 솜씨가 좋은 배우자를 선택 하라고 거드는 사람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나다니는 거리에 떨어져 있는 휴지를 보고
"누가 좀 치우면 어디 덧 나나?" 하고 투덜 거리며 그냥 지나 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나 자신 이었다.
119에 우선 연락 하고 고기 한근 이라도 선물 하고 가능한 부부 싸움을 하지 말고
내자신이 휴지를 치우고 나서 훈수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코너를 읽으면서 쓰러지고 자빠져 있거나 묻혀져 있던
일상의 오물들을 정리 하는 기회를 갖곤 한다. 고맙습니다.
하늘마음
09.05. 12:54  
김성진님,

저 역시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말은 쉽게 해버릴 수 있지만 실천을 내가 먼저가 아닐 때가 많아요. 저 역시..

자주 입을 닫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나마 귀농해서 조금씩 실천이 되니 다행이지요.

가을이기에
더더욱 모두가 묵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지요.

다른 이에게 향하던 잣대를 자기 자신에게 들이대는 시간이라 사실 가을이 덜덜 떨려요.^^

꾸물한 날씨지만 화창하게 한번 웃고 작업실로 갑니다.

모두가 노란 국화처럼 밝디 밝은 날되시길...

배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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