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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늘마음
[2012-09-15 0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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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집이라는 것을 제목만으로도 모두 알 것이다.
아들 선우와 딸 주현이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오누이이니 당연하겠지만...

둘 다 행동하는 시인을 좋아한다.
이육사, 윤동주 등...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도 좋아하고,
두 시인처럼 행동하는 시인을 좋아하지만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자라고 한다.

아이들과 늘 하는 말이 "분노하라, 분노했으면 행동하라"라는 말이다.
이것이 꼭 분노가 아니어도 그렇다.

뭔가 개선해야 할 일이나, 반성한 일이 생기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행동하는 것까지라고 늘 말해왔다.

이 시집 역시 아들 선우가 군대에서 휴가나와 읽다가 간 책이다.
책 맨 끝부분에는 '윤동주 평전'이라는 부록이 있다.

"말수 적고 얌전한 윤동주는 또한 고종사촌인 송몽규와 함께 아동잡지 <<어린이>>를 사서 밤을 새워 읽었으며, 그림도 좋아해 시간이 나는대로 명동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도화지에 옮겨놓곤 했다....(본문 145쪽)

"동주는 방학 동안에도 詩興이 일어나면 곧잘 종이쪽에다 옮겨 적었으며 아무 쑥스러움 없이 베옷을 입은 채 소를 몰고 거리를 다녔다.
그럴 적에 그는 릴케나 발레리의 시집을 옆에 끼는 것을 잊지 않았다..."(본문 149쪽)

"동주는 일본유학이라는 당면한 문제 앞에 창씨개명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고, 거기서 오는 굴욕감을 견딜 수 없어 유서화 같은 시 <참회록>을 쓰기에 이르렀다..."(본문 159쪽)

"동규와 몽규는 일본인들이 끝없이 놓아준 주사(생체실험을 하기 위한 주사라는 설이 지배적임)를 맞고 몽규는 초췌한 나머지 말소리조차 내질 못했고 동주는 그만 주사쇼크로 1945년 2월 16일 그토록 조선을 짓밟았던 일본인들의 땅에서 숨져가고 말았다..."(본문 164쪽)

"어두운 발하늘에 별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살아간 대나무같이 곧은 절개. 이렇게 살아간 시인은 일제에 끝까지 저항하다 순절한 민족의 별이었으며, 어쩌면 지나치리만큼 섬세한 시인의 감성 탓에 남다른 아픔이 더했는지도 모른다. 일제에 영합한 수치스러운 시인이 있는가 하면, 자연으로 숨어버린 현실도피의 시인들, 이런 암담하고 암울한 시대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게레의 앞날을 괴로우했던 것이다.
동주는 이처럼 괴로워하고 아픔을 짓씹으면서도 표정은 늘 호수처럼 잔잔하고 맑았다."(본문 164~165쪽)

책에 나온 시인의 교복입은 사진이 얼마나 얼마나 맑은지 모른다.

<자화상>

산모퉁이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래도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안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미워했다가 가여워했다가...고뇌하는 모습이 역역하여 다시 읽어도 마음이 아프다.

<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어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이 시는 일본 유학시절에 쓴 시인듯하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학비 봉투..

땀흘려 돈을 벌었을,
멀리 일본에서 공부하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든 돈을 받고 아파하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생이 어려운데 시가 쉽게 쓰여진 것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이 느껴져 글쓰는 사람으로서 남다른 행이라서 다시 읽고 읽는다.

일본 유학하기 위해 창씨개명을 하면서 그 굴욕감에 썼다는 <참회록>이다.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라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한 줄에 줄이자
__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__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타나나 온다.


<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에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아이들이 시를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시를 많이 읽게 된다.
중학생때 가장 많은 시를 읽고 감탄했던 나는 한동안 시를 그다지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시를 좋아하니 같이 읽고 감동을 토론하기 위해서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 읽는 시는 또 다른 맛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도 예전에 많이 읽었지만 지금 나이에 읽는 시는 정말 다르다.

날이 차다.
내일도 비가 오고 태풍이 온다는데 큰 피해없이 비껴갔으면 좋겠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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