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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하늘마음
[2012-09-18 03: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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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아이들로 인해 손에 들게 되었다.
아들이 추천한 강신주님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잘 보았는데 이 책까지 읽게 된 데에는 아이들의 영향이 크다.

이 책도 집에 두 권이나 있다.
아이들이 산 것을 모르고 내가 또 산 경우...
또는 아이들이 학교 기숙사에서 보기 위해 산 경우..



이런 식으로 두 권씩 되는 책이 많은데 자기들 홀로서기하면 가져가서 보고 또 본다고 하니 이제는 나도 사고, 아이들도 책을 따로 사는 경우가 솔솔할 것같다.

강신주님의 경우는 철학을 아주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모든 사람에게 철학을 어렵지 않게 이해시키는 노력을 하는 분이라는 게 책에 묻어난다.

어려운 철학이론도 한 줄 한 줄 끊어서 설명을 한다.
꼭 옆에 앉아 설명해주는 그런 느낌이고 그런 방식으로 책도 쓰여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가 알기 쉽다고 생각하는 정도와 독자 개개인이 알기 쉽다는 것에는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고 들어가야 한다.ㅎㅎ

“이성복 시인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라는 잠언집이 있었지요. 우리는 흔히 자신이 겪는 고통이 우주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확대 해석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다소 냉담하긴 하지만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우리의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라고 말이지요. 이것은 우리의 고통이 그저 우리 자신에게만 국한된 것이라는 점을 말해줍니다.”(본문 12쪽)

이 성복 시인의 그 잠언집은 나도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살아온 발자국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한다.

그렇다.
나의 고통이라는 것, 어차피 혼자서 떠안고 비벼내야 하는 것....
그래서 어차피 인간은 혼자일 수 밖에 없는가보다.



이 책은 한 편 한 편의 시와 철학자를 묶어 놓았다.
시를 해설하면서 그와 관련된 철학자를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1. 기쁨의 연대 - 네그리와 박노해
노동 해방에서 화엄의 세계로 /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아이러니 / 다중의 정치와 사랑의 세계
2. 언어의 뼈 -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
어느 시인의 고독한 죽음 / 언어에 감추어진 다양한 맥락 /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3. 사유의 의무 - 아렌트와 김남주
근면이 미덕일 수 있을까? / 이웃 아저씨처럼 너무나 평범했던 아이히만 / 사유는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의무이다!
4. 삶의 우발성 - 알튀세르와 강은교
다정히 몸을 부빌 때 물은 어떤 소리를 내는가?/떨어지는 빗소리에서 철학자가 성찰한 것 / 우발성의 철학 혹은 마주침과 지속의 논리
5.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즘 - 바타이유와 박정대
시인이 서럽게 그리워하는 것 / 금기도 없다면 에로티즘도 없다! / 결혼, 성(性), 그리고 에로티즘 사이에서
6. 소비사회의 유혹 - 벤야민과 유하
욕망의 집어등! / 벤야민의 미완의 기획,‘ 아케이드 프로젝트’ / 백화점, 종교적 도취에 바쳐진 사원
7. 무한으로서의 타자 - 레비나스와 원재훈
은행나무 아래서 작아지는 시인의 마음 / 유아론을 넘어 타자에게로 / 타자 없이 내일도 없다!
8. 망각의 지혜 - 니체와 황동규
신분증에 다 담을 수 없는 꿈 /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망각의 힘 / 낙타에서 사자로, 마침내는 아이가 되어라!
9. 미시정치학 - 푸코와 김수영
4.19 혁명의 뒤안길에서 고뇌하는 두 시인 / 민주주의 적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 구성된 주체에서 구성하는 주체로
10. 대화의 재발견 - 가라타니 고진과 도종환
‘접시꽃’ 같았던 사랑으로부터 ‘가구’ 같은 사랑으로 / 고진이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배운 것 / 사랑 혹은 타자로의 위험한 도약
11. 밝음의 존재론 - 하이데거와 김춘수
촛불이 켜질 때 드러나는 것들 / 세계에 개방되어 있는 존재, 인간! / 잃어버린 존재를 찾아서
12. 주름과 리좀의 사유 - 들뢰즈와 최두석
추운 겨울 새벽 버스 창에 피어난 성에꽃 / 누구에게나 고유한 주름은 있다! / 주름에 대한 통찰에서 리좀의 철학으로
13. 애무의 비밀 - 사르트르와 최영미
비극적 사랑의 씨앗, 자유 /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 육체가 살로 태어날 때
14.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 - 아도르노와 최명란
아우슈비츠에서 돌아와 밥을 먹고 연애를 하며 /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 / 동일성(identity)의 사유를 넘어 성좌(constellation)의 사유로
15. 해탈을 위한 해체론 - 데리다와 오규원
죽고 난 뒤의 팬티를 부끄러워한 어느 시인 / 죽음이 없다면 살아있을 수조차 없다 / 해체에서 해탈로
16.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 - 아감벤과 한하운
벌거벗은 생명의 자리에 서서 / 생명정치(Biopolitics)의 등장 / 민주주의의 아포리아를 넘어서
17. 육화된 마음-메를로 - 퐁티와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섬 / 역사와 육체로 얼룩진 나라는 주체! / 고독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고독해지는 것
18. 포스트모던의 모던함 - 리오타르와 이상
미쓰코시 백화점을 노래했던 모던보이 / 모던하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 모던의 동력, 포스트(Post)!
19. 사랑의 존재론적 숙명 - 바디우와 황지우
기다림, 기다림, 그리고 기다림! / 사랑이란 과연 하나가 되는 것인가? / 사랑,‘ 둘’이 만드는 무한한 경험!
20. 인정에 목마른 인간 - 호네트와 박찬일
시인이 차를 몰고 강물에 뛰어든 이유 / 타자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인간의 욕망 / 물화의 세계를 넘어 인정의 세계로
21. 한국 사유의 논리 - 박동환과 김준태
도시 너머에서 발견한 희망 / 도시 밖의 생명과 사유의 논리 / 항상 이미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넘어서 있던 한국적 사유



어려운 것도 있지만 워낙 저자가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어서 많은 부분은 바로 앞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저자가 시를 자세히 설명하고 거기에 철학자와 그의 사상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시도 알기 쉽고 더 끈끈하게 다가온다.

철학이야 이해하는 부분도 있고, 몇 번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자꾸 읽으니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시는 딸아이가 아주 좋아하는데 군대간 아들도 점점 시에 발을 담그는 것같아 좋다.
가족이 공감대가 많을수록 친밀도가 촘촘해지니 일거양득이 아닌지...

철학, 역사, 심리학, 법학, 시 등에 대해서는 온 가족이 같은 흐름을 따르며 느끼고 감동하고 거기서 꿈을 꾸게 되니 여간 좋은 게 아니다.

거기다가 까막눈이던 미술 등에도 슬슬 효과가 나타나니 어려서부터 죽으라 미술관, 전시회 등을 다는 게 헛것이 아니었다며 아이들 스스로들 감탄을 하니 보는 만큼, 읽은 만큼, 겪은 만큼 숙성된다고 난 믿는다.

이 책에서는 새롭게 만나는 좋은 시에 감동하고 그 시인의 시집을 다시 사서 읽게되는 도미노 현상이 있어서 더더욱 내게는 유익했다.

철학이 지금껏 소외되고, 진부하고, 범접하기 어려운 학문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한걸음 우리와 가까이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다 읽었으니 이제껏 줄치고, 형광펜으로 빡빡 칠한 부분을 다시 읽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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